"이거 봐. 온 몸에 힘이 넘치잖아. 얼굴에도 '힘'이라고 써 있고."
28일 LG-롯데의 경기를 앞두고 잠실구장 3루 측 불펜에서는 두 명의 투수가 피칭을 하고 있었다. 바로 옥스프링과 송승준, 다음주 화요일과 수요일 한화전 등판이 예정된 이들 두 명의 투수는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몸을 풀었다.
송승준이 던지는 것을 지켜보던 정 코치는 "승준이 던지는 것 봐라. 정말 힘이 넘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송승준이 피칭을 마치자 정 코치는 뒤에서 장난스럽게 허리를 잡으며 "온 몸에 힘이 넘친다. 얼굴에도 힘이라고 써 있다"고 놀렸다.

송승준은 2007년 이후 작년까지 6년 연속 100이닝을 넘게 소화했으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5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163이닝을 소화하면서 117개의 탈삼진을 솎아내고 평균자책점 3.31로 호투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아 7승 11패에 그쳤다.
선발투수의 최고 덕목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송승준은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잔부상으로 잠시 2군에 내려간 것이 데뷔 첫 1군 말소였을 정도로 몸 관리도 철저하다.
정 코치는 "승준이는 정말 튼튼한 몸을 타고났다. 나도 투수를 해 봤지만 정말 저런 몸은 부럽다. 누구도 갖지 못하는 재능"이라면서 "나는 현역 때 한 경기 던지면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 했다. 그런데 승준이는 던지고 나서도 쌩쌩하다. 다음 날 캐치볼을 해도 공이 쭉쭉 뻗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송승준은 선발로 등판하고 나서 불펜으로 나갈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한다. 정 코치는 "선발 내려가서 이틀 뒤에 불펜투수로 나갈 정도로 몸에 힘이 있다고 한다. 옛날에야 그렇게 야구했지만 지금은 안 될일"이라면서도 "그 힘이 정말 부럽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 코치가 송승준에 원하는 점은 더 많은 이닝소화다. 정 코치는 "승준이가 우리 에이스지만 '진짜 에이스' 투수라면 매년 170이닝은 던져야 한다"고 했다. 송승준은 2011년 172⅓이닝을 던져 딱 한 번 정 코치가 말한 기준을 넘겼다. 정 코치는 "승준이의 꾸준함은 칭찬할 만하다. 그렇지만 꾸준히 170이닝을 던질 능력이 되는 선수인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송승준이 한 해 170이닝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투구수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 코치의 분석이다. 그는 "승준이는 불리한 볼카운트에 자주 몰린다. 3볼-2스트라이크 승부가 너무 잦다. 그래서 올해는 풀 카운트 할 때마다 승준이한테 벌금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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