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목표나 각오는 없다. 단지 예전과 마찬가지로 마운드에 올라가면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
LG 좌투수 신재웅(31)이 올 시즌 첫 등판을 완벽하게 장식했다. 신재웅은 27일 잠실 롯데전 5회초 선발투수 임찬규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 4⅓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총 44개의 공을 던지며 사사구 없이 피안타 한 개만을 허용, 두 번째 신데렐라 스토리의 막을 열었다. 비록 당일 LG는 1-2로 패했지만 신재웅으로 인해 불펜진 소모를 최소화했고 28일 경기서 6회부터 불펜진을 가동시켜 영봉승을 거뒀다.
2012시즌 후반기부터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한 신재웅은 선발 등판한 11경기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 후반기 팀 내 최다승을 올렸다. 당해 전지훈련에서 호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귀국 후 무릎 부상으로 6년 만의 1군 복귀가 다소 늦춰졌다. 그래도 신재웅은 레다메스 리즈와 함께 후반기 LG 선발진을 이끌며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렸다.

부푼 기대감으로 올 시즌을 맞이하는 듯했지만 다시 무릎에 이상 신호가 왔다. 전지훈련을 앞두고 왼쪽 무릎 반월판 수술을 받으면서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에 차질이 생겼다. 2군 연습경기와 퓨처스리그 첫 선발 등판 경기서도 부진했다. 그러나 신재웅은 흔들리지 않고 페이스에 맞춰 몸을 만들었다.
신재웅은 무릎 부상과 관련해 “사실 지난 시즌 때도 무릎이 조금 안 좋았다. 미야자키 캠프 때는 아예 참고 던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더 일찍 수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하지만 재활 중 서두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늘 하던 대로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몸을 만들자 생각했다”고 재활 당시 마음가짐을 밝혔다.
비록 또다시 부상이란 그림자가 다가왔지만 신재웅에게 이 정도의 일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신재웅은 프로 2년차였던 2006년 8월 11일 잠실 한화전 1피안타 완봉승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이후 무려 6년이란 시간 동안 험난한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다. 이듬해 보상 선수로 뜻하지 않게 두산으로 이적했고 어깨 부상으로 당해 11월 방출, 프로 입단 3년 만에 길을 잃어버렸다.
모든 게 끝난 것 같았지만 다시 일어났다. 방출 후 소속 구단 없이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시작한 신재웅은 차명석 투수코치의 권유로 공을 잡았다. 공익근무 기간 동안 시간을 내어 차 코치의 주문대로 재활에 매진했고 주말에는 모교에서 후배들과 그라운드를 밟았다. 2011년 신고 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뒤 일 년 만에 LG 투수진의 주축이 됐다.
역시나 이번에도 신재웅은 부상을 극복했다. 차 코치는 2군에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신재웅을 주목, 직접 훈련을 지시하며 몸 상태를 점검한 후 신재웅의 콜업을 계획했다.
차 코치는 “광주 KIA전을 마치고 4일 휴식 기간 때 재웅이를 불러 직접 훈련을 시켰었다. 몸 상태가 괜찮았는데 사실 25일 삼성전에 등판시킬 생각도 있었다. 비로 인해 23일 경기가 취소되지 않았으면 더 일찍 올라왔을 수도 있었다”며 “콜업 당시 불펜을 많이 썼고 류택현도 컨디션 조절차 2군으로 내려가게 됐다. 감독님께 재웅이는 오래 던질 수 있는 투수니까 롱맨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고 감독님도 흔쾌히 받아 주셨다”고 신재웅의 복귀 과정을 전했다. 이로써 신재웅은 당초 복귀 시점이었던 6월 보다 한 달 이상을 일찍 1군에 합류했다.
신재웅은 이번 콜업에 대해 “얼마 전에 1군에서 불펜으로 합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군 합류 통보는 26일 밤에 받았다”며 “올해 처음으로 잠실 마운드를 밟았는데 조금 긴장도 했다. 견제가 성공하면서 좀 풀리는 구나 싶더라. 포수였던 (최)경철이형이 동의대 1년 선배시다. 경철이형이 그냥 씩씩하게만 던지라고 하셨는데 경철이형과 잘 맞았던 거 같다”고 올 시즌 첫 1군 등판을 돌아봤다.
아직 신재웅의 1군 보직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단 좌완 불펜 요원이 마무리 투수 봉중근을 제외하면 이상열 밖에 없는 상태기 때문에 신재웅이 불펜에 자리할 필요가 있다. 시즌 전 유력했던 선발진 합류 또한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 외에 우규민 임찬규 신정락 토종 선발 3인방도 이미 선발승을 신고한 상태다. 저마다 일장일단의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보다 나은 활약을 펼칠 확률이 높다. 김기태 감독 또한 28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선발 로테이션 합류 여부는 투수코치랑 상의 하겠다”며 내부회의를 통해 신재웅의 보직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물론 여러 가지 운용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신재웅은 27일 1군 복귀전에서 무결점의 가까운 투구 내용을 보였고 다섯 번째 선발투수 신정락도 28일 5회까지 노히트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올렸다. 스윙맨을 맡아 3연전 상대팀에 따라 선발과 불펜의 역할을 나누어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LG는 올 시즌 임찬규와 신정락을 불펜투수로 활용한 바 있다.
LG는 오는 30일부터 창원에서 NC와 3연전을 치른다. 창원 출신의 신재웅은 고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마산 구장에 가게 되는 것을 두고 “정말 오랜만에 돌아가는데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고향 친구들이 보러 오겠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특별한 목표나 각오는 없다. 단지 예전과 마찬가지로 마운드에 올라가면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올 시즌 마음가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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