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와 두 번째 시즌. 그리고 지금의 투구 스타일이 오묘하게 다르다. 과도기를 거친 그는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이 기본임을 숙지하며 다시 에이스의 위력을 비추는 중.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2)는 여전히 영리한 파워피처다.
니퍼트는 지난 28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NC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5피안타 1사구 4탈삼진 1실점 막아내며 시즌 4승(1패)째를 챙겼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2점대(2.08)에서 1점대(1.97)로 끌어내렸다. 최고 151km의 직구는 물론 체인지업(21개)-슬라이더(13개)-투심(12개)-커브(6개) 등 여러 구종을 적절하게 섞어던지며 NC 타자들을 압도했다. 주가 된 구종은 52개의 포심 패스트볼이다.
2011년 한국 무대에 처음으로 발을 딛은 니퍼트는 첫 해 15승을 올리며 그해 최고 외국인 투수의 활약상을 펼쳤다. 지난 시즌에는 12승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194이닝을 소화하며 이닝이터의 면모를 물씬 풍겼다. 그리고 지금은 4승을 수확하며 KIA 좌완 영건 양현종과 다승 공동 선두를 형성 중이다.

특히 니퍼트의 투구 스타일이 점차 변모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 하다. 첫 해 초반 니퍼트는 강력한 직구와 슬라이더-커브 정통 변화구에 체인지업-투심을 섞어 던지며 타자를 상대했다. 초반 203cm의 장신과 높은 타점으로 승승장구한 니퍼트는 처음 공략당한 시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첫 두 달 간은 정석적인 패턴을 가져갔다. 그러다 속지 않고 파울커트로 괴롭히는 타자들을 상대하다보니 5이닝을 겨우 넘겼는데 투구수 100개를 훌쩍 넘기는 날도 있더라. 나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KIA 테이블세터진이던 이용규-김선빈, LG 중심타자 이병규(9번) 등을 상대한 뒤 이렇게 밝힌 니퍼트는 투심 패스트볼 등 역회전되는 땅볼 유도형 구종 비중을 늘려갔다.
지난 시즌이 바로 포심보다 범타 유도에 좀 더 힘을 기울였던 해. 그러나 시즌 전 등 부위 석회질 제거 등으로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던 니퍼트는 경기마다 집중타를 맞는 횟수가 잦아졌다. 방망이를 빠르게 유도하려다 연속 안타 등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자 했다. 그런데 집중타가 나오는 경우도 있어 그 패턴을 고수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라는 것이 올해 전지훈련 중 니퍼트의 이야기였다.
지금 니퍼트의 투구 패턴은 첫 해와 두 번째 해와는 또 다르다. 투심-체인지업 등 역회전 구질도 사용하는 반면 직구 평균 구속을 좀 더 높였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사도를 높이고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할 때는 밀어붙인다는 뜻이다. 포심도 힘 조절을 하던 지난해와의 차이다.
이는 김진욱 감독-정명원 투수코치 등 코칭스태프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좋은 변화구 결정구가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지만 그래도 투수는 포심 패스트볼이 가장 기본이며 가장 좋아야 한다”라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지론이다. 너클볼을 전문으로 던지던 팀 웨이크필드 같은 특화 투수가 아닌 이상 롱런하며 위력을 떨치려면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 니퍼트는 현재 그 주문을 적극적으로 소화 중이다. 3년 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포수 양의지의 리드도 변화무쌍해지며 니퍼트의 위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기 후 니퍼트는 "내가 잘한 것이 아니라 팀이 잘해 따라온 것이다. 팀이 이대로 계속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내가 난타당해 짧은 이닝 승리를 거두는 것보다 타선 지원을 못 받더라도 가능한 긴 이닝을 소화하며 장기 레이스에 도움을 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팀을 우선시한 니퍼트다운 답변이었다. 영리한 팀 플레이어 니퍼트는 그렇게 3년차 시즌 초반도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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