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송지만(40)은 요즘 '은퇴'라는 단어를 입에서 꺼내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주 없던 일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발목 부상을 당했으나 명예 회복을 목표로 한국나이 마흔에 힘든 재활을 모두 겪었다. 올해 2억5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이나 깎인 8000만원에도 연봉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송지만은 최근 덕아웃에서 만날 때마다 '나이'와 '은퇴'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이번달 중순 삼성전 때 외야에서 몸을 풀다가 문득 인사를 할 선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나가던 이승엽의 "나는 19년차고 형은 18년차니까 나한테 인사하라"는 말에 웃었지만 세월을 느낀 순간이었다.

송지만은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2000경기, 2000안타 등 숫자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했다. "지난해 쉬어보니 지금까지 그런 것에 연연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온 것이 후회됐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언제까지일지 몰라도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지금이 그냥 소중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그의 모습을 보면 아직 그가 할일이 많음이 느껴진다. 올 시즌 7경기에 나선 그의 타율은 3할8푼5리. 장타율은 6할1푼5리, 출루율은 4할6푼7리다. 득점권 타율은 6할에 이른다. 주로 대타, 교체 선수로 경기에 나서지만 필요할 때 한 방을 해주는 '베테랑의 힘'이 있다.
행동에서도 모범이 되는 최고참이다. 주장 이택근은 팀의 상승세에 대해 "송지만 선배님 같은 고참 선배들이 불만 한 번 없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덕아웃 분위기를 주도해 주신다. 그것을 후배들이 잘 따르다보니 요즘같은 좋은 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공을 돌렸다.
1996년에 데뷔한 송지만은 팀을 넘어 프로야구를 18년째 지키고 있다. 톱스타로 주목받아본 적은 많지 않지만 어느새 프로야구에서 4번째로 나이많은 노장이 됐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화려한 삶을 누리지는 않았어도 꾸준함으로 사랑받아온 송지만은 은은한 '노송의 향'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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