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진짜 사나이’, 리얼과 예능 사이 흔한 성장통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04.29 07: 33

리얼을 추구하는 예능프로그램들은 으레 한 번씩 겪는 성장통이 MBC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에도 찾아왔다. 서경석의 대대장 명령 불복종에서 시작된 논란은 예능과 리얼리티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만 하는 리얼 혹은 다큐 예능의 숙명이다.
지난 28일 오후 방송된 '진짜 사나이'는 온통 유쾌하고 사실적인 군대 이야기로 큰 호응을 얻어냈다. 미르가 걸그룹 씨스타 보라와의 전화 연결에 성공하자 환호성을 지르는 동료들의 모습, 류수영의 전투식량 '먹방', 부상을 이겨내고 승부욕을 발휘한 김수로, 바나나라떼에 빠진 37살 호주 형 샘 해밍턴의 애교까지. 남성 시청자들은 물론 여성 시청자들까지 TV앞으로 끌어들인 '진짜 사나이'의 매력이 펼쳐졌다.  
이처럼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했지만, 정작 방송 후 네티즌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은 서경석의 명령 불복종에 대한 갑론을박. 이날 방송에서 서경석의 1조는 김수로, 샘 해밍턴, 손진영이 속해 있는 2조와 철조망 치기 대결을 펼쳤다. 신병은 서경석 밖에 없는 1조의 승리가 예상되던 가운데, 김수로의 승부욕과 그 뒤를 따르는 손진영-샘 해밍턴의 활약으로 2조의 역전승이 펼쳐졌다. 그 결과 패배한 서경석은 1조 동료들과 함께 설치된 철조망을 철거하는 벌칙을 받았다.

논란의 씨앗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너무나 많은 작업거리에 서경석은 난색을 표했다. 결국 서경석과 동료들은 "전우야 도와줘"를 외쳤지만 이 말을 듣지 못한 1조 멤버들은 간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모습을 보고 오해한 서경석은 단단히 화가 나 따로 작업을 나가라는 대대장의 명령에 "가지 않겠다"며 불복종했다. 이 상황에서 김수로와 서경석의 갈등이 눈길을 끌었다. 화가 난 서경석의 행동에 대대장의 명령을 대신 전한 김수로는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 결국 간부가 직접 나서서 중재한 끝에 서경석은 작업장으로 향했지만, 이들 사이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 방송이 나간 뒤 많은 시청자들은 리얼과 예능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진짜 사나이'에 대해 지적했다. 누군가는 '예능은 예능으로 봐야 한다'고 옹호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실제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영창감이다'라며 프로그램의 허술한 짜임새에 대해 비난했다.
또한 서경석이 일반 이등병과는 다른 위치라는 것을 감안한 이들도 있었다. 서경석이 과거 육사 생도였었다는 사실과 이미 현역 제대한 예비역이라는 신분이기 때문에 그의 행동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다시 이등병으로 입대해 군 생활을 리얼하게 체험한다는 프로그램의 큰 전제를 이야기하며 서경석의 이러한 행동이 이해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서경석의 행동이 대본인지 혹은 실제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이 제기된 것은 '진짜 사나이'가 언젠간 겪어야 했던 필수적 성장통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리얼를 강조한 예능프로그램이라면 으레 이러한 위기를 한 번씩 겪게 된다. 또한 실제 군대 생활을 체험해 본 현역 예비역들 혹은 현재 군대 생활을 하고 있는 군인들이 지켜보는 이상 프로그램의 내용 하나하나는 이들의 심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진짜 사나이'는 '아빠 어디가'와 함께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던 '일밤'을 살려냈다. 남성들에겐 공감을, 여성들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한 '진짜 사나이'는 단시간에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어냈다. 그러한 '진짜 사나이'가 처음으로 등장한 암초에 부딪혔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진짜 사나이'에서 이번 일이 작은 해프닝으로 그칠지 아니면 진짜 위기를 불러오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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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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