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성, ‘실책 1위’ 수비진 믿는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29 10: 27

“그렇게 해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지는 팀이니까요”.
NC 다이노스 사이드암 고창성(29)은 프로 6년차 투수다. 학창 시절 1년 유급으로 동갑내기들보다 한 해 늦게 2008년 두산에 2차 2라운드 지명되었고 2009~2010년 2년 연속 홀드 2위와 함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지난 2년 간 슬럼프로 인해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어 NC 특별지명을 받고 이적한 고창성은 현재 송신영(넥센)의 이적, 이승호의 2군행으로 1군 투수진 맏형 위치에 있다.
올 시즌 고창성의 성적은 11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82(29일 현재).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힘이 나는 승리계투인 만큼 동기부여 면에서 아쉬움이 있을 법도 하다. 고창성이 등판한 11경기 중 리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자체가 별로 없다. 막내 NC는 현재 시즌 전적 3승 1무 17패로 최하위에 머무르며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 중이다.

특히 27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단에도 크게 아쉬운 부분. 지난 26일 마산 두산전에서는 2-2로 맞선 6회초 2사 1,3루서 좌익수 조평호가 이종욱의 쉬운 뜬공 타구를 놓치며 3점째를 내줬다. 이호준의 8회 동점 투런이 없었다면 이 실점이 패배 지름길이 될 뻔 했다. 그리고 고창성은 조평호의 실책으로 인해 패전을 뒤집어 쓸 뻔 했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투수 입장에서는 범타 유도보다 탈삼진에 신경을 쓰게 마련. 그러나 고창성은 “탈삼진보다 범타를 유도해야 우리 팀 전체가 살 수 있다”라고 밝혔다. 만들어가는 팀인 만큼 당장의 실책으로 자신의 개인 기록이 안 좋아지는 것보다 수비진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탈삼진보다 범타를 계속 유도하려고 해요. 우리 수비를 믿고. 그렇게 해야 우리가 모두 살 수 있습니다. 당장 수비 실책을 두려워하며 삼진을 잡는 데만 집중한다면 나중에 남는 것이 없어요.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동료들의 호수비를 보고, 그리고 투수들도 점차 믿음을 쌓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 팀이 나중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창성의 이야기처럼 NC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팀이다. 최근 9연패로 주춤거리고 있으나 경기가 모두 졸전이었던 것은 아니다. KIA, 두산 등 페넌트레이스 순위 윗자리를 점한 팀들과도 팽팽하게 맞서며 위협했으나 기교와 뒷심의 부족으로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젊고 경험 부족한 선수들이 대부분인 NC는 지금도 충분히 선전하고 있다.
투수가 수비를 믿지 못하고 삼진을 잡으려 애쓴다면 투수 개인 기록은 좋아질 지 몰라도 팀에 남는 것이 없다. 야수들이 경험을 쌓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투구수가 많아지고 경기가 길어져 투수-야수의 피로도만 높아질 수 있다. 실책 1위 수비진이지만 “믿고 있다”라며 범타 유도 투구를 펼치는 고창성의 생각. 막내 NC는 충분히 희망적인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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