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좁다!’ 이종현, 이제는 세계농구 바라볼 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4.30 06: 59

‘우물 안 개구리’에 만족해선 안 된다.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 고려대의 특급유망주 이종현(19, 206cm)에게 필요한 조언이다.
고려대는 29일 행당동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 KB국민은행 대학농구리그 정규시즌에서 홈팀 한양대를 96-87로 제압했다. 이로써 고려대는 7연승 무패가도를 달리며 선두를 지켰다.
경기 중 가장 돋보인 선수는 신입생 이종현이었다. 높이와 파워, 기술까지 갖춘 그는 이미 대학무대에서 막을 자가 없다. 한양대는 임형종(197cm), 정효근(200cm), 한준영(205cm) 등 빅맨자원을 총동원했지만 이종현 한 명을 당해내지 못했다. 이종현은 끝내기 덩크슛을 터트리며 23점, 17리바운드, 8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이종현은 지난해 경복고 3학년 시절 한 경기 42리바운드를 잡아낸 괴물이다. 고3 신분으로 성인국가대표에 뽑혀 올림픽 예선에서 러시아, 도미니카 공화국과 붙었다.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는 부산 KT 프로형님들을 상대로 14점, 7리바운드, 5블록슛, 덩크슛 2방을 터트렸다. 프로농구 MVP 윤호영의 상무를 넘어 농구대잔치도 우승했다.
사실 이종현에게 대학무대는 쉽다. 유일한 라이벌은 같은 국가대표 김종규(23, 경희대, 207cm)뿐이다. 그 마저도 올해를 끝으로 프로에 간다. 더구나 이종현은 박재현, 이승현, 문성곤, 이동엽이라는 대학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뛴다. ‘형들이 알아서 다 해주는’ 환경이다. 백업으로 나오는 김지후, 강상재, 최성모까지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 뛸 실력자들이다.
최고의 환경은 이종현의 성장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 이종현은 정식 입학한 지 두 달 밖에 안됐지만 이미 대학최정상이다. 독기를 품고 덤벼야할 상대가 없다. 자신보다 큰 선수가 없다보니 큰 선수들을 상대하는 요령도 배울 기회가 없다.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시기다.
다행히 이종현은 국제대회 출전기회가 많다. 5월 16일부터 21일까지 인천에서 동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가 펼쳐진다. 이종현은 국가대표 센터로 일본, 중국, 대만 등을 상대하게 된다. 또 그는 오는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되는 19세 이하 세계선수권에 한국대표로 나간다. 한국은 크로아티아, 스페인, 캐나다와 A조에 편성됐다.
뿐만 아니라 8월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27회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이 열린다. 물론 이종현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최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이종현은 “대표팀에 뽑혀 훈련이 많아 힘들다”면서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붙을 생각에 신이 난 표정이다.
고려대 이민형 감독은 “워낙 대회가 많다. 대표팀에서 잘 관리를 해주신다. 종현이가 국제무대에서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현은 방심해선 안 된다. 지난해 18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은 중국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이종현과 붙었던 중국의 동갑내기 라이벌 왕저린(19, 216cm)은 지난 시즌 중국프로농구(CBA)에 데뷔했다. 그는 NBA출신 외국선수들이 득세하는 리그에서 평균 20.3점, 12.9리바운드, 0.9블록슛을 기록했다.
이란의 파워포워드 아슬란 카제미(23, 200cm)는 미국대학농구(NCAA) 68강 토너먼트에서 오레건대학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16강에 진출했다. 챔피언 루이빌대학과의 16강전에서 카제미는 11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앞으로 이종현이 10년 이상 상대해야 하는 숙적들이다.
국내최고에 만족하면 세계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 이종현이 성장해야만 한국농구도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다. 이종현, 이제는 세계를 바라볼 때다.
jasonseo34@osen.co.kr
이종현 / 대학농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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