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의 코믹 연기는 애초부터 실망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나 보다. 그는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을 통해 국내 드라마 사상 전에 없던 미스김 캐릭터를 연기하며 물오른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 속 김혜수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대박'이라는 단순명료한 감탄사가 자연스레 그 뒤를 따른다.
김혜수는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직장의 신'에서 콧속 청결 작업 중인 고과장(김기천 분)에게 "다시 집어넣으라"는 대담한 발언으로 가볍게 코믹 연기에 발동을 걸었다. 미스김 특유의 차갑고 사무적인 표정과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서로 언행일치 되지 않아 더욱 코믹했다. 이어 그는 사무실 내에서 코를 골며 잠든 고과장의 코에 마치 총알이 나가듯 정확한 조준으로 휴지를 끼워 넣었다.
또한 미스김은 점차 장규직(오지호 분)과 동화되는 '초딩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포장마차 술값을 내놓으라 우기는 장규직에게 달랑 소주 한 병 값인 3천원을 내밀었고, 천 원을 덜 주기 위해 승강이를 벌였다. 극 초반에 등장하는 냉철한 여인 미스김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멋진 미스김 언니로 돌아왔다. 그는 장규직, 무정한(이희준 분)과 함께 신제품 개발안을 위해 자염의 장인 옹아집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그는 곧 출산이 임박한 옹아집의 며느리를 구해냈다. 제대로 된 의료 시설이나 의료진이 없는 시골에서 미스김이 택한 방법은 '직접 아기 받기'였다.
김혜수는 제 옷을 찾아 입은 듯 조금은 과장된 코믹 연기를 잘 소화하고 있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영화 '타짜'에서 '이대 나온 여자'를 외치던 그가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스김을 연기해낼 줄을.
특히 김혜수는 코믹과 진지를 훌륭히 넘나드는 배우였다. 회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는 장규직을 보며 애틋한 감정을 연기했고, 바로 직후 코를 고는 고과장의 코를 틀어막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대조적인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이해 가능하게 만든 것은 온전히 김혜수의 몫이었다.
그의 섬세한 표정 연기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방송에서 식사 때를 넘겨 너무나 배가 고파진 미스김은 자신도 모르게 우레 같은 꼬르륵 소리를 내게 됐다. 그러나 그는 마치 인생을 살며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앉아 능청스런 표정을 보여줬다. 또 그는 옹아집 며느리의 아기를 받기 전 얼굴 근육을 모두 사용해 소리쳤다. '영상 캡처하면 꽤 웃길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망가진 김혜수의 얼굴이었지만, 그만큼 연기자로서 감동을 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김혜수의 이러한 연기 변신이 주목 받는 것은 그가 온 힘을 다해, 망가짐을 두려워 않고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 회가 지날수록 더한 감탄을 자아내는 김혜수의 코믹 연기에 자격증 하나 정도는 발급해줘야 되지 않을까.
mewolong@osen.co.kr
'직장의 신'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