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를 호령했던 김승현(35, 삼성)이 다시 ‘먹튀’로 전락했다.
서울 삼성은 30일 김승현을 자유계약신분(FA)으로 공시했다. 지난 시즌 김승현은 정규리그 23경기에 출장하며 FA최소기준인 정규리그의 절반 27경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 때 구단이 김승현의 FA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은 굳이 1년 더 잡을 수 있는 김승현을 풀어줬다. 이에 서로 ‘결별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OSEN 취재결과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이성훈 삼성 단장은 “규정상 1년 더 연장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구단이나 김승현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구단도 큰 부담이 있는 결정이라 고민이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김승현은 나이도 많지만 절박함과 각오가 없다. 전반적으로 구단이 볼 때 의욕과 근성이 부족하다. 초심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FA신분을 얻은 김승현은 원소속구단인 삼성과 오는 15일까지 1차 협상을 하게 된다. 삼성은 그 기간 동안 김승현이 재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 대폭적인 연봉삭감도 불가피하다. 지난 시즌 김승현의 총 보수는 4억원(연봉 3억2000만 원 + 인센티브 8000만 원)이었다.
이 단장은 “지금 삼성이 여유 있는 구단이 아니다. 모든 걸 동원해서 짜내도 될까 말까 하다. 대충해선 안 된다”면서 “김승현과 면담을 했다.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연봉도 물론 깎아야 한다. 모든 선수가 똑같은 잣대로 받는 것이다. 지금 김승현의 성적에 연봉을 깎는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만약 김승현이 삼성과 계약이 틀어진다면 타 팀과 협상하게 된다. 이때 영입의향팀은 삼성에게 보상 선수 1명에 김승현 보수의 절반인 2억 원을 묶어서 주거나 보수의 두 배인 8억 원을 내줘야 한다.
김승현은 올 시즌 23경기에서 평균 13분 53초를 뛰며 2점, 2어시스트에 그쳤다. 가장 중요한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단 8분 55초를 뛰며 득점과 어시스트 없이 실책만 하나 했다. 삼성은 전자랜드에 3연패로 지며 탈락했다. 이제 김승현은 사실상 선수로서 가치가 없다. 이런 선수를 거액을 들여 영입할 구단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결국 김승현은 연봉을 대폭 깎아 삼성에 남든가 아니면 은퇴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다가 아니다. 이성훈 단장은 “김승현을 영입할 때 구단도 엄청난 출혈을 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없었다. 이번엔 분명한 의지가 필요하다. 시간 보내기 식은 안 된다. 설령 (김승현과)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부진하면) 시즌 중에도 내칠 수 있다.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거듭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삼성은 또 다른 노장FA 이규섭에게도 같은 입장이다. 이 단장은 “지금 상황에서 면담을 갖고 선수생각을 먼저 들어봐야 한다. 기를 쓰고 명예회복을 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면 계약을 안하는 쪽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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