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부는 칼바람’ 삼성, 노장들에 초강수 둔 까닭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4.30 17: 25

‘계절의 여왕’ 5월이 코앞이다. 하지만 프로농구계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삼성은 30일 최고참 이규섭(36)과 김승현(35)을 자유계약신분(FA)으로 공시했다. 프로농구 신인왕 출신인 두 선수에게 과거 ‘FA는 곧 대박’을 의미했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 김승현은 정규리그 23경기에 출장하며 FA최소기준인 정규리그의 절반인 27경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 때 구단이 김승현의 FA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은 굳이 1년 더 잡을 수 있는 김승현을 FA로 풀어줬다. 높은 연봉에 비해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김승현은 보수 4억 원(연봉 3억 2000만 원 + 인센티브 8000만 원)을 받았다. 평균 2점, 2어시스트에 그친 선수가 받는 액수로 너무 과했다. 이성훈 단장은 “김승현이 초심을 잃었다.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연봉도 깎아야 한다”며 연봉삭감을 암시했다.
FA선수는 오는 15일까지 원소속팀과 재계약을 협의한다. 이후 타 팀과 입단협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영입의향팀은 삼성에게 보상 선수 1명과 김승현 보수의 절반인 2억 원을 묶어서 주거나 보수의 두 배인 8억 원을 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웃돈을 얹어주고 부상을 달고 사는 김승현을 영입할 구단은 없다. 
삼성의 자신감이 여기서 나온다. 타 팀과 계약하지 못한 선수는 원소속팀과 3차 협상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1차 협상보다 몸값이 깎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 없는 선수는 애초에 1차 협상에서 몸값을 낮추기 마련.
김승현의 경우 선수생활을 이어가려면 삼성에 고개를 숙이는 수밖에 없다. 칼자루는 구단이 쥐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 김승현을 FA로 놔주면 몸값도 낮추고 주도권도 쥐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김승현이 남아 잘해주면 다행이고, 설령 팀을 떠나도 괜찮다. 삼성은 아낀 돈으로 대형FA를 영입하면 그만이란 생각이다.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이성훈 단장은 "김승현과 계약을 맺어도 (못하면) 시즌 중에 내칠 수 있다"고 공표했다.
이규섭의 경우도 비슷하다. 다만 그는 2012-2013시즌 개막 전 연봉을 50% 삭감한 1억 5000만 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 주장으로서 시즌최하위로 떨어진 팀 성적에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이규섭은 정규리그 평균 4.6점으로 2000년 데뷔 후 최저기록을 냈다. 
이성훈 단장은 “면담을 갖고 선수생각을 먼저 들어봐야 한다. (이규섭이) 기를 쓰고 명예회복을 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면 계약을 안 하는 쪽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0년 데뷔한 이규섭은 줄곧 삼성에서 뛴 ‘프렌차이즈 스타’의 상징성이 있다. 올 시즌 후배들을 이끌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기록에 띄지 않는 공로가 인정된다. 구단도 이규섭에게 연봉삭감 등 홀대는 할 수 없다. 다만 이규섭을 긍정적으로 자극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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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김승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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