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콩가루 집안인데 부러움이 드는건 왜일까.
지난 29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영화 '고령화가족'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욕하고 때리는 콩가루 집안이지만 정(情) 넘치는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한다.
'고령화가족'은 천명관 작가의 동명소설 '고령화가족'을 영화한 작품. 평화롭던 엄마 집에 나이 값 못하는 가족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마 집에 빈대 붙어 사는 철없는 백수 첫째 한모(윤제문 분)와 흥행참패 영화감독 둘째 인모(박해일 분), 결혼만 세 번째인 뻔뻔한 로맨티스트 셋째 미연(공효진 분), 서로가 껄끄럽기만 한 삼남매와 미연을 쏙 빼닮아 되바라진 성격의 개념상실 여중생 민경(진지희 분)까지 모이기만 하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들이 한 집에 살게 되면서 점차 이들의 속사정이 밝혀지게 된다.
제목은 '고령화가족'이지만 이 집안은 쉽게 말해 '콩가루 집안'이다. 장남은 백수에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는 '총체적난국'이고 집안의 유일한 대졸자 둘째는 영화감독이지만 흥행에 참패, 거기다 이혼까지 했다. 셋째딸은 더하다. 벌써 이혼이 두번째이고 이제 세번째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소녀 감성의 엄마에게서 나왔다고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삼남매는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기 일쑤, 여동생은 욕은 기본이요 오빠의 배를 발로 힘차게 걷어차는 등의 모습도 보인다. 오죽하면 동네 사람들이 이 집안에 대해 수군거릴까.
그러나 이처럼 콩가루 집안의 '고령화가족'이 막장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안에 담겨 있는 가족의 '정' 때문일 것이다. 동생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다가도 제3자가 동생에 대한 욕을 할라치면 "어디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을 욕해"라며 달려드는 인모의 모습이 그렇다.
뿐만 아니라 가족이니까, 가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물은 모두 감싸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 사이에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서로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남들보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시원한 공감과 은근한 대리만족 까지 선사할 예정.
더불어 죽일 것 같이 싸우다가도 식탁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삼겹살을 구워 먹는 이 가족의 모습은 극 중 엄마의 대사 속 "한데 모여 살면서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울고, 같이 웃는게 가족"이라는 진정한 식구의 의미를 전한다.
'고령화가족'의 연출을 맡은 송해성 감독이 "흔히들 가족 이야기는 뻔하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모든 집안의 속내를 들춰보면 결코 뻔하지 않다. 너무 가까운 사이기 때문에 깨닫지 못했을뿐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부딪힘과 그것에 내포된 무수한 의미들이 존재한다"고 전했듯 '고령화가족'은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 속에 가족에 대한 참된 의미를 전하고 있다.
한편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파이란' 등을 연출한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고령화가족'은 오는 5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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