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안방에서 '천적' 부뇨드코르의 벽을 넘지 못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포항은 30일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부뇨드코르와 G조 조별리그 최종전 홈경기서 후반 34분 올렉산드르 피슈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종료 직전 박성호의 동점골로 1-1로 비겼다. 하지만 포항은 2년 연속 부뇨드코르에 발목을 잡히며 16강행의 꿈을 접었다.
이로써 포항은 1승 4무 1패(승점 7점) 조 3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반면 부뇨드코르는 2승 4무(승점 10) 조1위로 16강에 올랐고, 최종전서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비긴 베이징 궈안도 2승 3무 1패(승점 9) 조2위로 16강 티켓을 잡았다.

16강행의 분수령이 될 경기였다. 같은 시간 베이징 궈안과 산프레체 히로시마도 조별리그 최종전을 남겨 두고 있었다. 포항은 2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4-2-3-1 전형의 꼭지점에 박성호를 필두로 고무열 황진성 조찬호로 하여금 뒤를 받치게 했다. 황지수와 이명주가 중원에서 짝을 이뤘고, 포백 라인은 왼쪽부터 김대호 김원일 김광석 신광훈이 형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신화용이 꼈다.
실점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선제골이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의 공언대로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전반 4분 황진성의 왼발 슈팅과 15분 조찬호의 왼발 슈팅이 골대 구석을 향했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부뇨드코르의 역습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17분 프리킥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포항의 문전 앞에 떨어지자 안바르 가푸로프가 지체없이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신화용이 쳐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포항이 다시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전반 21분 황진성의 침투 패스를 받은 이명주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때렸지만 상대 골키퍼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4분 뒤에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고무열의 크로스를 박성호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이마저도 최종 관문인 골키퍼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황 감독은 전반 31분 경미한 부상을 입은 고무열 대신 노병준을 투입했다. 전반이 끝나갈 무렵 절호의 선제골 기회를 잡았다. 박성호가 태클로 끊어낸 볼을 노병준이 받아 질풍 같은 단독 드리블 돌파 후 아크서클 근처에서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날카로운 궤적을 그린 공은 크로스바를 튕기며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중반 예기치 않게 교체카드를 사용했던 포항에 악재가 겹쳤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No.1 수문장 신화용이 부상으로 빠지고 김다솔이 대신 골문을 지켰다.이후 라인을 잔뜩 올린 포항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부뇨드코르는 잔뜩 움츠린 채 카운터어택을 노렸다. 포항은 후반 10분 노병준이 왼발 슈팅을 렸으나 방향이 좋지 못했다.

변화는 불가피했다. 좀체 골문이 열리지 않은데다가 베이징과 히로시마가 0-0으로 비기고 있던 터라 포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2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다. 칼을 빼들었다. 황 감독은 후반 20분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주장 황지수를 빼고 최전방 공격수 배천석을 넣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전략은 적중했다. 공격의 고삐를 더욱 당겼다. 2분 뒤 조찬호의 빨랫줄 같은 중거리 슈팅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고, 전반 25분 김원일의 회심의 헤딩 슈팅은 부뇨드코르를 위협했다.
암운이 드리웠다. 부뇨드코르의 역습에 일격을 맞았다. 후반 34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김광석과 김다솔을 그대로 지나 올렉산드르 피슈르에게 연결됐고, 결국 선제골을 허용했다.
포항이 16강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서는 무려 3골이 필요했다. 공격 일변도로 나섰지만 배천석의 슈팅 등 번번이 부뇨드코르의 골문을 외면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만회골을 넣기 위해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박성호가 오른발 슈팅으로 극적인 만회골을 넣었다.
기적을 바랄 수 있는 순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고, 베이징과 히로시마가 0-0으로 비기며 16강행의 꿈을 접어야 했다.
■ 30일 전적
▲ 포항스틸야드
포항 스틸러스 1 (0-0 1-1) 1 부뇨드코르
△ 득점=후 34 올렉산드르 피슈르(부뇨드코르) 후 45 박성호(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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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