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선두 매치’, 경기 내용은 시트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30 22: 15

전날(29일)까지 공동 1위를 달리던 팀들의 맞대결. 그런데 흔치 않은 광경들이 나왔다. 투수를 괴롭게 하는 컨택 능력의 소유자가 바운드되는 명백한 볼을 쳐 허무한 내야 플라이로 물러났고 귀루 실패로 2아웃이 되었다. 재빠른 투수 수비를 자랑하던 투수는 머뭇거리다 추가 실점했고 여기에 정전 사태까지 빚어졌다. 30일 두산 베어스-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펼쳐진 잠실구장에서는 일상에서 보기 힘든 시트콤이 펼쳐졌다.
KIA의 5-3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는 웃지 못할 촌극이 그라운드에서 펼쳐졌다. KIA가 2-0으로 앞선 2회초 무사 1,2루. 타석의 이용규는 상대 선발 노경은의 6구 째 바운드된 스플리터를 때려냈다. 완벽한 볼이었는데 이를 빗자루로 땅 쓸 듯이 때려낸 이용규다.
결국 이 공을 때려내는 바람에 이용규는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런데 심판진에서 아무도 무사 1,2루에서 인필드 플라이 선언을 하지 않았고 누상에 있던 2루 주자 이성우는 머뭇거리다 3루로 향했다. 땅볼인 줄 알았으나 이는 뜬공으로 판정되었고 귀루하지 않은 이성우마저 덕아웃으로 힘없이 물러났다. 선동렬 KIA 감독은 고의낙구 방지를 위한 인필드 플라이에 대해 항의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사 1루에서 뒤를 이은 김선빈의 우전 안타. 2사였던 만큼 1루에 있던 안치홍은 타격과 함께 그대로 스타트를 끊었다. 우익수 임재철의 송구는 강하게 3루로 원바운드 송구되었는데 강하게 튀어오른 이 송구를 3루수 김동주가 잡지 못했다. 김동주는 이 과정에서 오른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2회말 대타 이원석으로 교체되었다.
임재철의 송구가 뒤로 빠진 뒤 백업 플레이에 들어갔던 노경은은 담장을 맞고 나온 공을 잡다가 한 번 그라운드에 흘렸다. 그 사이 안치홍은 그대로 홈으로 쇄도했다. 포수 양의지가 홈플레이트 앞에 있던 만큼 태그아웃 가능성이 남아 있었으나 노경은은 공을 잡고 주춤주춤하다 결국 안치홍의 득점과 김선빈의 추가 진루 모두 막지 못했다. 노경은은 두산 내에서 가장 투수 수비가 뛰어난 선수로 알려졌다.
 
대미는 5회말 두산 공격이 끝난 후 클리닝타임이었다. 이날 입장권 2만7000매가 모두 팔려 두산의 시즌 두 번째 홈 경기 매진으로 대단한 관중이 운집한 날. 갑자기 잠실구장 내 모든 불빛이 소등되었다. 선수들은 몸을 푸는 시간이라 다행이라고 해도 클리닝타임 시 관중 이동이 많은 만큼 안전사고 위험이 굉장히 컸다. 하마터면 관중들이 다치는 사태가 벌어질 뻔 했다. 그것도 국내 야구장 중 가장 좋은 환경을 갖췄다던 잠실구장에서 말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있었다. 2회 KIA 유격수 김선빈이 오재원의 안타성 타구를 멋진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것이나 9회초 1사 1,2루서 김상현의 안타성 타구를 날아서 잡아낸 두산 좌익수 김현수의 호수비는 수준 높은 멋진 플레이였다. 그런데 그 잔칫상에 인스턴트 식품, 불량 식품도 버젓이 자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공동 선두 매치라던 두 팀의 3연전 첫 경기는 웃지 못할 시트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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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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