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이적시장이 활짝 열렸다. '최대어' 조성민(31, 부산 KT)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30일 지난 시즌 종료와 함께 자유계약신분(이하 FA)을 얻은 1군 선수 28명의 선수명단을 발표했다. 이중 조상현(오리온스 코치), 서장훈, 강혁(삼일상고 코치)은 이미 은퇴를 선언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영입 가능한 선수는 25명이다.
선수들은 오는 15일까지 원소속구단과 1차 협상을 한다. 이 때 재계약 합의를 맺지 못하면 16일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되어 타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최대어는 프로농구 최고슈터로 꼽히는 조성민이다. 국가대표 슈터인 그는 올 시즌 평균 13.3점으로 국내선수 득점 4위를 차지했다. 빅맨 중에는 SK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김민수, 전자랜드의 기둥 주태수가 꼽힌다. 가드는 이현민(전자랜드)과 이시준(삼성), 전정규(오리온스) 등이 눈에 띈다. 삼성은 규정경기를 채우지 못한 김승현에 대해서도 FA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선수들은 영입이 쉽지 않다. 보수순위 30위 안에 들어 보상규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KBL은 연봉 30위 선수를 영입할 경우 보호선수 4명에 포함되지 않은 보상선수 중 1명 + 영입선수 전년도 보수의 50% 또는 영입선수 전년도 보수의 200%를 원소속구단에 주도록 명시했다.
지난 시즌 3억 5000만 원을 받았던 조성민의 경우 영입을 위해 보호선수로 지명되지 않은 선수 중 보상선수 한 명과 1억 7500만 원 또는 7억 원을 보상해야 한다. 물론 조성민의 연봉도 올려줘야 한다. 아무리 조성민이 탐나도 영입결정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다.
장벽은 또 있다. KBL은 당해 1~5위 가드와 포워드, 1~3위 센터에 해당하는 자유계약선수는 동일 포지션 5위 이내 선수(센터는 3위 이내)를 보유하고 있는 타 구단으로 이적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가드랭킹 5위인 조성민은 1위 김태술, 2위 김선형, 3위 양동근, 4위 박지현을 보유한 팀으로 갈 수 없다.
조성민이 KT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행선지는 LG, 삼성, 오리온스, 전자랜드, KCC까지 5팀 밖에 남지 않는다. 조성민은 첫해 연봉 최고액을 기준으로 10% 이내의 연봉을 제시한 구단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 어쨌든 구단은 많은 돈을 제시해야 선택지에서 제외되지 않는 셈이다. 이는 쓸데없는 몸값거품을 부추길 수 있다. 또 조성민은 포워드로 뛰는 경우도 많아 포지션에 대한 정의도 애매하다. 마찬가지로 센터 3위 주태수는 1위 최부경의 SK, 2위 김주성의 동부로는 갈 수 없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정규리그 막판 몇몇 구단의 ‘져주기 의혹’이 불거졌다. 차기시즌 대형신인 영입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를 방지하고자 KBL은 결승진출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8팀들에게 전체1순위 신인 영입확률을 12.5%로 동등하게 부여했다. 대신 FA제도의 장벽을 낮춰 자유로운 선수영입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연봉선수 30위내 FA선수영입에 따른 보상금액은 다소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선수를 보강해 단번에 전력보강을 이루기는 힘들다.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단과 선수가 합의해 조건 없이 FA로 풀어주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지난 시즌 삼성은 아무런 보상 없이 FA 황진원을 영입했다.
KBL이 정한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KBL은 FA와 관련해 사전 모의나 담합이 있을 경우 차기 시즌 신인선수 1라운드 선발권을 박탈하고 해당선수의 등록을 2년간 말소시킨다. 또 2000만 원에서 최고 4000만 원에 이르는 제재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이는 자유로운 선수이동을 통해 전력균형을 이룬다는 FA의 근본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또 구단과 선수가 담합을 했다는 증거를 찾아내기도 어렵다.
KBL은 처벌을 내리기 전에 각 구단들이 왜 ‘꼼수’를 쓰는지 먼저 이해해야 한다. 선수들이 현행 FA제도를 가리켜 '노예계약'이라고 성토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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