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삼재에 울며 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등정에 실패했다.
포항은 지난달 30일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부뇨드코르와 G조 조별리그 최종전 홈경기서 1-1로 비겼다.
사활을 걸었다. 같은 시간 베이징 궈안과 산프레체 히로시마도 조별리그 최종전을 남겨 두고 있었다. 포항은 2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자력 16강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결국 '천적' 부뇨드코르의 벽을 넘지 못하며 2년 연속 16강 진출의 꿈을 접었다.

▲ 과부하, 사흘당 1경기
기계도 과부하가 걸리면 고장나기 마련이다. 하물며 사람은 오죽할까. 포항은 지난 3월 30일 전남 드래곤즈전을 기점으로 부뇨드코르전까지 한 달 사이에 무려 10경기를 치렀다. 꼭 사흘 만에 한 번 꼴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살인 일정이었다. 포항은 스쿼드가 그리 두텁지 않다. 문창진 이광훈 김승대 박선주 등 젊은 피들을 총동원해 로테이션을 가동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체력 저하는 곧 내용으로 나타났고,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 지난달 2일 산프레체 히로시마 원정길부터 인천 제주 전북전까지 4경기서 우중 혈투를 벌였다.
때문에 전북전은 너무 아쉽다. 포항은 K리그 클래식 우승 경쟁 상대인 전북전서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했다. 그리고 전북전서 선발로 나섰던 11명 중 무려 10명이 부뇨드코르전 선발로 출전했다. 발이 무거웠다. 전북 원정길에 오르지 않았던 노병준이 부뇨드코르전서 교체 투입돼 가장 활발한 몸놀림을 선보였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난적' 부뇨드코르는 수월한 일정 가운데 포항 원정길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전이 가장 최근 경기였다. 일주일의 회복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포항의 살인 일정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부뇨드코르는 지난 3월 29일부터 이날 포항전까지 7경기를 치렀다. 앞서 언급했듯 포항은 더 짧은 기간 동안 10경기나 소화했다. 후반 막판까지 부뇨드코르를 몰아쳤던 포항의 정신력이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 외국인 선수 부재→결정력 부족
결정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 선수의 부재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포항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 순수 국내파로만 시즌을 꾸렸다. 울며 겨자 먹기였다. 모기업인 포스코의 경영난으로 허리띠를 졸라 맸다.
포항은 안방에서 열렸던 베이징전과 히로시마전서 방점을 찍지 못해 무승부에 그쳤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조별리그 탈락 직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못 이겼다. 득점을 해야 할 때 못해 어려운 경기가 많았다. 선수 입장에서는 해결사가 있으면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뜻하지 않은 부상
엎친 데 덮쳤다.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3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고무열(오른 발목) 신화용(오른 허벅지 앞근육) 황지수(종아리 뒷근육)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황 감독으로서는 원하지 않은 때에 원하지 않은 교체 카드를 모두 써야 했다.
후반 막판 파상 공세를 벌였다. 문창진 김승대 등 투입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이 있었지만 이미 교체 카드 3장을 모두 소비한 터라 변화를 줄 수 없었다.
포항으로서는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부뇨드코르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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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