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시즌 최다 안타를 치고도 마무리를 투입했다. 그것도 5점차 리드 상황이었다. 경기는 이겼지만 한화 마운드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화는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전에서 시즌 최다 15안타를 터뜨리며 9-3 승리를 거뒀다. 선발로 재전환한 안승민이 6이닝 3실점(2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하며 오랜만에 토종 선발투수가 제 몫을 했고, 타선도 필요할 때마다 시원시원하게 터졌다. 오랜만에 투타 조화가 잘 이뤄진 경기였다.
그러나 선발 안승민이 내려간 뒤 불안한 상황이 연출됐다. 7-3으로 리드한 7회초 두 번째 투수 윤근영이 장성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은 뒤 전준우에게 안타를 맞자마자 마운드를 언더핸드 정대훈에게 넘겼다. 정대훈도 강민호를 2루 직선타로 처리했으나 황재균에게 몸에 맞는 볼을 주며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롯데가 대타로 좌타자 박종윤을 투입하자 한화도 다시 좌완 유창식으로 투수를 바꿨다.

유창식은 불안한 제구로 박종윤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 위기를 맞았고, 김문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한화는 7회말 오선진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하며 8-3으로 달아났다. 8회초 5점차 리드, 여느 팀이라면 불펜 필승조가 아닌 B조가 경기를 마무리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창식이 손아섭에게 볼넷, 장성호에게 안타를 맞으며 2사 1·2루 상황이 되자 한화는 또 다시 투수를 바꿨다. 마무리 송창식이었다. 5점차에 주자가 2명이라 세이브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 상황인데도 마무리를 투입해야 했다. 5점차 리드라도 안심할 수 없었다. 송창식은 전준우를 초구에 우익수 뜬공 요리하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한화는 8회말 김경언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더 추가하며 9-3으로 스코어를 벌렸지만 9회초에도 마운드는 송창식이 지키고 있었다. 송창식은 공 10개로 간단히 삼자범퇴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지만 일주일의 첫 경기부터 세이브 요건이 아닌 상황에서 힘을 뺐다. 승리는 했지만 아직 이번주에만 5경기가 더 남아있다는 점에서 송창식의 체력 관리가 과제로 떠올랐다.
한화는 이날 경기까지 총 22경기를 치렀고, 그 중 13경기에 등판한 송창식이 20⅓이닝을 던졌다. 리그 불펜투수 중 가장 많은 투구이닝이다. 1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1.33으로 최고 위력을 떨치고 있지만, 2이닝 안팎을 던지며 세이브 조건 아닌 상황에도 등판할 만큼 힘을 빼고 있다. 송창식은 이날 경기 전 하루를 쉬었지만 이틀 전 43개의 공을 던질 정도로 힘을 많이 소모한 상태다.
그만큼 한화 불펜이 불안하다는 뜻이다. 송창식을 빼면 확실하게 믿을 만한 투수가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불안하다고 한 투수에게만 의존할 수 없다. 나머지 투수들을 더 키우고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5점차 마무리 투입은 계속될 것이고,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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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