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로 기대했던 시즌 첫 한 달 간 성적은 1승 2패 5.65에 5경기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불과 두 차례. 본격적인 선발로서 제 길을 걷는 시즌 그는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두산 베어스 우완 선발 노경은(29)에게 2013년 4월은 잔인했다.
노경은은 지난 4월 30일 잠실 KIA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5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탈삼진 1개, 사사구 3개) 5실점 4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 시즌 2패 째. 개막 후 첫 한 달 간 노경은은 이닝이터로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투구 패턴에 미묘한 변화를 주었으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해 시즌 중 셋업맨에서 선발로 보직 변경한 노경은은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2위)으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투구 내용이나 구위 모든 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 올 시즌 주축 에이스로서 기대를 모은 노경은이지만 현재 활약상은 기대 이하다. 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는 노경은의 생각과 달리 올 시즌 최다 이닝 소화는 6⅔이닝이고 퀄리티스타트 비율도 40%다. 선발 기본 몫 비중이 40%에 그쳤다는 뜻이다.

KIA전 투구의 경우 노경은은 81개의 공을 던지며 최고 152km의 직구 36개-커브 2개-슬라이더 23개-스플리터 6개-투심 패스트볼 14개의 패턴을 보여줬다. 지난해 재미를 본 스플리터 비중을 줄이고 패스트볼 계열 구종을 50개 던졌으며 슬라이더도 자주 구사했다. 패스트볼 50개의 제구는 스트라이크 33개-볼 17개로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타자들이 노경은의 직구와 변종 구종을 노리고 들어간다는 점이다. 3회 쐐기 투런을 때려낸 김상현은 “직구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노리고 들어갔다”라며 노림수 타격이 주효했음을 보여줬다. 김선우-더스틴 니퍼트 등 선발진 선배들이 방망이를 유도해내는 패턴을 노경은도 보여주고자 했으나 그에게는 아직 맞지 않는 옷처럼 보인다.
슬라이더의 제구도 아쉬웠다. 노경은의 슬라이더는 최고 144km까지 계측될 정도로 국내 투수들 가운데 스피드-움직임이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이날 23개의 슬라이더 중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이 15개로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유인구가 아니라 결정구로 사용한 공이 제구되지 않다보니 타자들이 속지 않은 문제도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노경은의 현재 상태에 대해 “노경은의 경우는 공을 숨기고 나오기보다 파워포지션을 형성해 던지는 스타일이라 투구폼 노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최근 들어 패스트볼 비중을 높여 던지는 패턴이 읽히고 있는 것 같다”라며 분석당하고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노경은 뿐만 아니라 모든 주력 투수는 타 팀의 분석 대상이 되게 마련. 반대로 생각하면 노경은이 그만큼 상대에 무서운 투수가 되었음을 다시 한 번 의미한다.
선수 본인은 “구위와 몸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날 노경은의 직구 평균 구속도 148km 가량으로 구위 만큼은 국내 굴지임을 재증명했다. 그러나 야구는 읽히는 순간 크고 작게나마 바뀌어 진화하지 않으면 더 큰 선수로 발돋움할 수 없는 종목이다. 노경은에게 잔인했던 2013년 4월. 그는 이 과도기를 영리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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