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26)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던지는 노련함을 보여준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시즌 3승 을 따냈다. 피안타는 3개(피홈런 1개), 사사구는 2개였던 것에 비해 탈삼진은 무려 12개였다. 12개의 탈삼진은 메이저리그(MLB) 진출 이후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류현진의 투구수는 105개(스트라이크 74개, 볼 31개), 그 가운데 직구가 절반이 넘는 60개였고 체인지업 18개, 커브 14개, 슬라이더 13개를 던졌다. 특히 이날은 커브를 결정구로 썼는데 전체 12개 탈삼진 가운데 5개를 커브로 잡아낸 류현진이다. 직구 최고구속은 93마일(약 150km)까지 끌어 올렸다.

정상급 제구력을 갖춘 투수는 그 날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에 맞춰 피칭을 한다. 아무리 투수가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하는 공을 던져도 구심이 손을 올리지 않으면 그건 볼이다. 때문에 경기 초반 제구력에 자신이 있는 투수들은 일반적인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에 공을 던져본다. 그 날의 스트라이크 존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국내에서 류현진은 구심의 성향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을 맞춰 던지는 능력이 뛰어났다. 특히 류현진은 송진우 코치의 현역 시절과 비슷하게 바깥쪽 공을 던지는데 능했다. 바깥 쪽 낮은 공을 하나 던져보고, 만약 구심의 스트라이크 콜이 없으면 공을 한 개 정도 안으로 넣는 식이었다.
그리고 바깥 쪽 스트라이크 존의 한계선을 조금씩 넓혀 나갔다. 얼핏 스트라이크 같지만 볼 반 개 정도 빠진 공을 계속 밀어 넣어서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바깥 쪽으로 그만큼 넓히는 것이다. 그렇게 바깥 쪽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놓은 뒤 과감하게 몸 쪽으로 공을 찌르는 것이 류현진의 투구 패턴이었다. 그렇게 타자는 몸 쪽 공에 눈이 익으면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서클 체인지업을 참아낼 수 없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의 구심인 월리 벨을 상대로도 앞서 말한 '스트라이크 존 조련법'을 썼다. 미국은 한국보다 몸 쪽보다 바깥 쪽 스트라이크 존이 후하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오히려 몸 쪽 승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구심의 눈에 아슬아슬한 공을 계속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류현진은 6개의 루킹삼진 가운데 3개를 몸 쪽 붙는 공으로 잡아냈다.
미국 무대에 진출해서도 류현진의 제구력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흔히 제구력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치지 못할 공을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장타로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 당연히 투수가 던질 곳은 더욱 좁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마치 한국 타자들을 상대하듯 편안한 제구력을 뽐내고 있다. 류현진이 진짜 괴물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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