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책임감, 다저스 구해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01 14: 16

1일(이하 한국시간) 경기 전 다저스의 덕아웃은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전날(30일) 콜로라도와의 홈경기에서 졸전 끝에 2-12로 진 탓이었다. 결과도 내용도 좋지 않았던 참패였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부터가 썩 좋지 않은 팀 분위기를 인정했다. 선수들은 평소보다 일찍 나와 조용히 특별 훈련에 임했다. 가뜩이나 시즌 초반 팀의 성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데 그 반전을 이뤄낸 인물은 다름 아닌 류현진(26)이었다. 비록 지금은 에이스의 위상이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 경기만 놓고 보면 처진 분위기를 돌려놓는 에이스 몫을 했다고 하기에 충분했다. 책임감이 물씬 느껴지는 투구였다.
류현진은 이 경기에서 6이닝 동안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12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따냈다. 비록 2실점하긴 했으나 전날 12점을 뽑아내며 다저스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던 콜로라도 타선을 잠재웠다. 탈삼진 12개는 그 완벽한 증거였다.

팀의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부터 남달랐다.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보통 경기 초반에는 전력투구를 하지 않다 승부처에 힘을 내곤 했던 류현진은 이날 1회부터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이미 1회부터 직구 최고 구속이 93마일(149.7㎞)을 찍을 정도였다. 서서히 직구 구속이 올라가는 그간의 페이스와는 달랐다. 류현진이 초반부터 이를 악물었다고 볼 수 있다.
위기에서도 특별히 흔들리지 않으며 동료들에게 믿음을 심어줬다. 6-1에서 1점을 허용한 6회 위기에서도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결국 마지막 타자 파체코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잠재웠다. 류현진이 6이닝 퀄리티 스타트 속에 불펜이 다소 불안했던 다저스도 정상적인 흐름을 경기 막판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류현진이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키자 동료들도 화답했다. 경기 초반부터 득점권에서의 집중력을 과시하며 여유있게 앞서 나갔다. 류현진도 5-1로 앞선 3회 2사 1,2루 기회에서 상대 선발 데 라 로사를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우중간 적시타를 쳐냈다. 투·타 모두에서 집중력이 돋보인 한 판이었다. 반드시 분위기를 돌려놔야 한다는 류현진의 묵묵한 책임감이 찬란하게 빛났다. 다저스도 그런 류현진 덕에 최악의 분위기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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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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