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군 선발' 서울, 최용수 말대로 '미래의 희망' 봤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5.02 06: 59

부리람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FC서울의 선발 명단을 받아든 취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용수 감독이 예고한 대로 선발 명단이 '깜짝 라인업'으로 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FC서울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6차전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경기에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팀으로 나섰다. 김현성과 정승용, 고광민, 이상협, 김남춘 등 어린 선수들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조별리그 3차전 베갈타 센다이와 경기서 깜짝 선발로 등장해 간간히 얼굴을 내비쳤던 유상훈이 오히려 덜 낯설게 여겨질 정도였다.
최 감독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예고한 그대로였다. 서울은 지난 장쑤 순톈과 5차전서 승리를 거두며 3승 1무 1패(승점 10)로 조 1위를 확정, E조에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결정지었다. 그동안 리그와 ACL을 병행하느라 체력적인 부담이 컸던 서울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천금같은 여유가 생긴 셈이다.

기나긴 부진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던 최 감독은 혹독한 일정 속에서도 데몰리션(데얀-몰리나)을 좀처럼 뺄 수가 없었다. 체력적인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간절한 1승, 그리고 16강 진출 확정을 위해 베스트 11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던 것.
하지만 그런 서울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리그에서 2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찰나에 ACL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경기 나흘 후인 5일 상위권 도약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전인 전북전을 두고, 선수 기용에 여유를 보일 수 있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최 감독은 "우리는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적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선수들이 나와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미래의 희망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줄 생각임을 암시했다. 그리고 최 감독의 여유는 그가 바란대로 희망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쉽게 주어지지 않을 기회에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패스워크도 나쁘지 않았고 공격 전개 스피드도 빨랐다. 역습시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침투 능력도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공격에서 결정력이 부족했고 수비시 헛점이 간간이 드러나긴 했지만 호흡을 맞춰본 적이 거의 없었던 조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을 볼 만했다.
경기 결과는 2-2 무승부. 경기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서울로서는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하고 신예들의 실력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최 감독도 "그동안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경기력을 펼쳐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좋은 경험으로 우리 팀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미래를 제시했다. 비겼지만 만족스러운 경기"라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서울의 올 시즌 꿈은 아시아 챔피언이다. 리그와 ACL을 병행해야하는 서울로서는 선수층이 두터우면 두터울수록 좋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1.5군 선수들이 보여준 가능성은 서울에 있어 충분한 희소식이다. 서울이 품은 미래의 희망이 상암에서 싹을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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