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훈(24, FC서울)은 최근 '버라이어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깜짝 선발한 경기에서 선방을 펼치고도 퇴장당하더니 이번에는 페널티킥까지 막아냈다. 단기간에 이렇게 확실하게 팬들의 뇌리에 이름을 새긴 선수는, 그것도 골키퍼 포지션에서는 분명 많지 않을 것이다.
FC서울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6차전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경기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무승부로 서울은 3승 2무 1패(승점 11)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했다.
이날 서울은 최용수 감독이 예고했던 대로 깜짝 선발 명단을 들고 나왔다. 김현성과 정승용이 전방에 섰고 최태욱과 고광민이 양쪽 날개로, 중원에는 최현태와 이상협이 섰다. 포백에는 김치우 한태유 김남춘 최효진이, 골키퍼 장갑은 유상훈이 꼈다. 홍명보호에 발탁돼 동메달을 따낸 김현성을 제외하면 지난 센다이전에서 깜짝 선발로 나서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준 유상훈이 가장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의 라인업이었다.

이날 선발 출장한 유상훈은 빠른 반응속도로 부리람의 공격을 차단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공중볼 처리능력은 약간의 불안을 남겼지만 그 외의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의 몫을 120% 해냈다. 유상훈이 보여준 활약의 백미는 전반 41분 페널티킥 상황이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한태유가 상대 공격수에게 파울을 범하면서 페널티킥을 내줬다.
서울에 있어서는 위기 상황이었다.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리기 위해 맹렬히 덤벼드는 부리람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경기를 펼쳐가고 있었지만 선제골을 내준다면-그것도 페널티킥으로-경기의 양상이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었다. 승패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다고 해도, 1.5군 선수들에게는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상대팀 키커인 카멜로와, 그를 막아내야할 막중한 책임감을 지고 있는 유상훈에게 꽂혔다.
그리고 유상훈은 정확하게 상대 키커의 방향을 읽고 몸을 날려 페널티킥을 막아냈다. 그림같은 선방이었다. 페널티킥을 막아낸 유상훈은 정직한 기쁨의 포효로 팀 동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비록 이후, 2골을 넣고 2골을 곧바로 실점하며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지만 페널티킥 선방 하나만으로도 유상훈은 충분히 칭찬받을만했다. 실점 장면도 유상훈의 실책성 장면은 아니었다.
유상훈은 분명 쑥쑥 커가고 있다. 자신의 ACL 데뷔전이었던 센다이전에서 상대팀 공격을 잘 막아내고도 후반 38분 퇴장당하는 아찔한 경험을 했던 유상훈은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르며 경험치를 쌓고 있다. 서울의 '차세대 수호신'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유상훈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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