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노경은, “초심 잃으면 끝입니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5.02 14: 15

“지난 시즌 밸런스를 찾고자 노력 중입니다. 처음 왼발을 딛는 순간이 맞아 떨어지면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시즌 두 번째 패배를 당한 다음날. 노경은(29, 두산 베어스)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열심히 뛰었다. 스스로 그라운드를 계속 돌며 가쁜 숨을 몰아쉰 뒤 불펜으로 향해 수건을 손에 쥐고 연신 섀도우 피칭을 했다. 초심이 바탕된 부단한 연습으로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다.
노경은은 지난 4월 30일 잠실 KIA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5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탈삼진 1개, 사사구 3개) 5실점 4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 올 시즌 노경은의 성적은 5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5.65(2일 현재). 선발로서 기본 덕목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두 차례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2위)으로 발군의 활약상을 보여줬던 그 답지 않다.

최근 슬럼프에 대해 의기소침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훈련에 몰두 중이라는 점이 다행스럽다. 김진욱 감독은 노경은의 긍정적인 성실함을 칭찬하며 “능력이 뛰어난 만큼 중요한 순간 반드시 자기 역할을 해줄 선수”라고 여전한 기대감을 비췄다. 엄한 아버지의 이미지지만 자기 몫을 하고 내려오는 투수들을 꼭 껴안는 정명원 투수코치도 섀도우 피칭을 마친 노경은에게 쓴소리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좋았던 투구 밸런스를 찾고자 노력 중입니다. 셋 포지션에서 릴리스포인트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첫 왼발을 땅에 딛는 동작이 잘 안 되고 있어요. 그 한 부분이 잘 맞는다면 물 흐르듯이 제 투구가 나올 것 같은데 말이지요”. 순차적 투구가 되지 않으면서 힘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그만큼 제구와 구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노경은의 자평이었다.
2패 경기서 노경은은 2회초 우익수 임재철의 송구가 뒤로 빠졌을 때 백업 플레이에 나선 뒤 한 번 공을 떨어뜨렸으나 재차 잡고 홈 송구를 준비했다. 포수 양의지가 재빨리 홈플레이트를 지켰던 만큼 홈으로 뛰던 안치홍을 잡을 수도 있었으나 노경은은 머뭇거리다 결국 득점을 내줬다. 그러나 노경은이 밝힌 실상은 야구가 보는 것처럼 쉬운 운동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공을 다시 잡고 던지려는데 그립이 제대로 안 잡혔어요. 그런데 거기서 성급하게 힘부터 먼저 들어갔습니다. 만약 거기서 던졌더라면 위로 뜨는 악송구가 나왔을 거에요. 그래서 던지지 못했어요”. 다른 동료들 또한 오히려 거기서 던지지 않은 것이 그나마 더 큰 피해를 막은 것이라며 노경은을 감쌌다. 생각만큼 되지 않는 경기력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컸을 노경은은 이제 조금씩 안정감을 찾고 있다.
“시즌 첫 3경기 때는 사실 조급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마음이 약간 편해진 것 같아요. 안 좋을 때는 제 스스로 배우는 것이 있잖아요. 지금 보이는 단점을 체크하고 보완할 수 있고. 지금은 다음 경기에 집중하며 제대로 된 밸런스 찾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의 난조에 너무 얽매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안 좋다는 것을 머릿 속에 넣고 스스로 옭아매지 않겠다는 노경은. 그러나 투수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긴장감. 그리고 초심은 아직도 남아있다. 2011시즌 후반기부터 비로소 1군 투수로 자리잡을 때도. 지난 시즌 중 선발로의 보직 변경이 성공했을 때도 노경은은 항상 “긴장은 놓지 않겠습니다”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말을 반복하며 자신을 다듬었다.
“초심 잃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 마음을 잊는다면 정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왜 코칭스태프가 노경은을 힐난하지 않고 ‘올라올 선수’라고 말하는 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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