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오기는 하겠지만 시기는 장담 못한다".
롯데 특급 불펜투수 정대현(35)은 지난달 22일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엔트리 재등록까지 필요한 열흘의 시간이 지났고, 2일부터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장 정대현이 1군에 합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시진 감독이 보다 완벽한 구위와 밸런스 회복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2군에서 몸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는 정대현은 지난달 30일 100개 가까운 공을 던지면서 투구 밸런스를 찾는데 힘을 쏟았다. 김시진 감독은 "본인이 몸과 밸런스를 만들려 엄청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확실한 성과가 있어야 1군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2군으로 내릴 때는 따로 복귀 기간을 잡아두지 않는다. 분명한 건 2군 성적이 있어야 올리지, 기간만 보고 언제 복귀할지 정하지는 않는다"며 "난타당한 데에는 구위가 떨어지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2군과 육성군에서 몸 상태를 점검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대현은 올해 7경기에서 1승을 올렸지만 홀드와 세이브 없이 블론세이브만 2개를 범했다. 6이닝 동안 무려 14개의 안타를 맞아 피안타율이 5할에 달하고, 볼넷과 사구도 각각 3개·1개로 이닝당 출루허용도 2.83에 이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여파로 시즌을 빨리 준비한 탓인지 정대현답지 않게 불안한 투구가 이어졌고, 결국에는 2군으로 내려가 재조정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조만간 2군 선수단이 있는 김해 상동에서 정대현이 볼 던지는 것을 직접 지켜볼 계획이다. "1군에 올라오기야 올라올 것이다. 기본적으로 팀에 정대현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기는 장담하지 못한다.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이처럼 김 감독이 서두르지 않을 수 있는 데에는 새로운 마무리로 자리 잡은 사이드암 김성배(32)의 역할이 크다. 김성배는 올해 14경기에서 1패3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고 있다. 15이닝 동안 탈삼진 17개를 기록할 만큼 구위가 안정적이다. 볼넷도 4개밖에 허용하지 않는 등 9이닝당 볼넷도 2.4개에 불과하다. 구위와 제구 모두 롯데 불펜투수 중 가장 믿을 만하다.
김성배의 활약으로 정대현의 1군 복귀 후 마무리 기용도 불투명하다. 김시진 감독은 "그 역시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현재 우리팀 마무리는 김성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정대현이 돌아와야 불펜이 더욱 두터워진다는 점이다. 김시진 감독은 "게임 메이커 역할하던 김성배가 세이브 투수가 된 만큼 6~7회가쉽지 않다"고 했다. 김사율도 있지만 혼자서는 무리다.
시즌 초반 쉽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김시진 감독은 크게 서두르지 않으며 보다 완벽해진 정대현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배경에 바로 든든한 김성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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