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전에 연패 탈출하면 되잖아".
어느 누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한화 내야수 이대수(31)에게는 비수가 된 듯했다.
한화는 개막 최다 13연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연패가 하루 하루 늘어날수록 부담은 커져갔다. 연패 과정에서 이대수는 타팀의 한 선수로부터 "NC전에 연패 탈출하면 되잖아"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들었다. 그 선수에게는 지나가는 한마디였지만, 이대수의 마음에는 크게 불을 지펴놨다.

이대수는 "어느 누구든 선수라면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하다. 작은 것이라도 개개인 맡은 바 임무를 간절하게 임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도 비록 실력이 안되더라도 수모는 당하지 말자고 말한다. 실력을 떠나 상대에게 약한 모습 보이지 말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개막 13연패로 시작하며 상대팀들로부터 '쉬운 팀'으로 인식된 게 사실이다. 신생팀 NC와 공동 8위에 그칠 만큼 아직도 완전한 전력이 아니다. 투수력과 공격력 그리고 수비력까지 모든 면에서 허점이 많다. 하지만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자세만큼은 여느 해보다 달라져 있다.
이대수는 "선수들끼리 하고자 하는 단합과 팀웍이 잘 이뤄지고 있다. 주장 (김)태균이가 선배와 후배 사이에서 잘 이끌어가고 있고, 모두들 주장을 도와주려고 한다"며 "13연패 과정에서 선수들끼리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머리 맞대기도 했다. 따로 모인 건 아니지만, 밥 먹을 때도 우리가 뭐가 문제인지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이대수는 "선수들이 원정에서 경기가 끝나면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유니폼도 안 벗고 알아서 훈련할 정도였다. 타자들은 스윙을 하고, 투수들은 섀도 피칭을 했다. 어떻게 하면 야구를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말로 선수들의 의지를 전했다.
이대수는 올해 23경기에서 타율 3할2푼2리 11타점으로 팀 내에서 김태균 다음으로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1번과 3번 등 핵심 타순을 맡고 있다. 타격 뿐만 아니라 유격수 수비에서도 실책이 1개밖에 없을 만큼 안정감을 찾았다. 그는 "지난 2~3년간 초반에 안 좋다가 중반 이후에 살아났다. 왜 그럴까 고민한 뒤 훈련 방법을 바꿨다. 훈련량을 늘렸고, 수비에서는 스타트를 빨리 끊을 수 있는 움직임을 위해 순발력 향상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고민과 연구를 통해 진화를 이뤄낸 이대수처럼 한화도 앞으로 달라질 여지는 충분하다. "실력을 떠나 수모를 당하지 말자"는 이대수의 강변이 한화의 희망이자 모범이 되고 있다.
waw@osen.co.kr
대전=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