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팅리의 신구상, 타자 류현진이 이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02 13: 33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는 한국프로야구와는 다르게 투수도 타석에 들어선다. 쉬어가는 타선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돈 매팅리(52) LA 다저스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이 작은 틈에서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매팅리 감독의 구상을 류현진이 현실로 옮겨놓고 있는 모양새다.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2실점으로 선방, 시즌 3승째를 따냈다. 마운드에서도 최고였지만 타석에서도 빛난 하루였다. 5-1로 앞선 3회 2사 1,2루에서 상대 선발 호르헤 데 라 로사의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적시타를 뽑아냈다. MLB 진출 이후 네 번째 안타이자 첫 타점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내셔널리그에 속해있는 다저스의 운명상 소속 투수들은 타격에도 어느 정도는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타자들만큼의 큰 압박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희생번트 등 기본적인 작전수행능력은 갖춰야 쓰임새가 커진다. 여기서 단연 빛나는 투수가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1일까지 12타수 4안타(타율 .333) 1득점 1타점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4할1푼7리다. 다저스 투수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류현진의 활약상은 매팅리 감독의 시즌 전 구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매팅리 감독은 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은 투수들에게 타격에 대한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았다”고 고백하면서 “올해부터는 투수들에게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팅리 감독은 “올해 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고 (타격 코치) 마크 맥과이어와 논의도 했다.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투수들이 해야 할 일들을 훈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 때문일까. 1일 현재 다저스 전체 투수들의 OPS(출루율+장타율)는 4할8푼4리로 리그 3위다. 이는 지난해 2할7푼3리(리그 13위)나 2011년 3할5푼4리(9위)보다 높은 성적이다. 류현진은 타율 3할3푼3리고 커쇼는 타율이 1할5푼4리로 약간 떨어지지만 홈런을 하나 기록했다. 잭 그레인키는 타율 2할5푼(4타수 1안타)에 1볼넷, 조시 베켓은 안타가 없으나 희생번트를 세 차례 성공시켰다.
류현진의 이름이 빛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다저스 투수들의 전체 성적은 41타수 7안타(.171)이다. 여기서 류현진의 성적을 빼면 29타수 3안타(.103)가 된다. 류현진 이외에 안타를 친 동료 투수는 커쇼(2안타)와 그레인키(1안타) 뿐임을 생각하면 류현진의 가세가 다저스 투수 타격 성적에 큰 향상 요소임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매팅리 감독도 2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류현진의 타격 솜씨를 칭찬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타격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 “스프링캠프 초기부터 그의 타격을 보고 놀랐다”고 칭찬했다. 커쇼, 그레인키도 타격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으나 류현진에 더 많은 비중을 둔 인터뷰였다.
매팅리 감독은 1일 경기를 마치고도 류현진의 2회 희생번트 병살타에 대해 “류현진은 벤치의 작전을 잘 수행했다. 단지 상대의 수비가 좋았을 뿐”이라고 두둔했었다. 마운드에서도, 타석에서도 자신의 구상을 뒷받침하고 있는 류현진이 마냥 든든할 수밖에 없는 매팅리 감독이다.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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