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에서 유아인으로..우리 王이 젊어졌다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05.02 16: 56

사극 속 왕의 모습이 바뀌었다. 배우 최수종으로 대표되던 사극의 왕 역할이 MBC 드라마 ‘마의’에서 30대의 한상진에게 넘어가더니,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숙종 역을 맡은 20대 유아인까지 등장했다.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였던 사극 속 왕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
한 때 역사 속 인물인 태조 왕건, 대조영 등의 많은 왕들은 최수종으로 통일됐다. 당시 최수종이 등장하는 사극을 보고 자란 세대들에게 이들의 이름을 떠올리면 무엇보다 먼저 최수종의 얼굴이 생각날 정도니, 가히 사극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최수종은 현재도 KBS 1TV '대왕의 꿈‘에서 태종무열왕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최수종은 당시 위엄 있는 왕의 대명사였다. 일반적으로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는 정통 사극에서의 왕은 진지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정통사극은 실존 인물의 삶을 고증에 충실하면서 사실적으로 그려야 하기에 이는 당연한 이치와도 같았다.

최수종이 독점(?)하던 사극의 왕이 언젠가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종영한 ‘마의’에서는 한상진이 현종 역으로 출연했다. 또한 지난 2010년에는 배우 지진희가 ‘동이’의 속종으로 분했다. 그는 지난 2월 종영한 SBS 드라마 ‘대풍수’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캐릭터의 이성계를 연기하기도 했다.
한상진의 현종은 위엄보다는 인자, 보수보다는 진보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는 천한 신분이었던 백광현(조승우 분)을 누구보다 신뢰했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자신을 낮췄다. 또한 그동안 사극 속에서 정치 쪽 이야기에 쏠려있던 숙종은 지진희에게로 가 로맨스를 아는 달콤한 남성으로 변모했다. 지진희가 연기하는 이성계 또한 호방한 성격의 장난기가 다분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20대 젊은 배우들에게로 왕 역할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키며 성공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김수현이라는 20대 중반의 배우를 왕으로 등장시켰다. 비록 가상의 왕이긴 했지만 그가 연기한 이훤은 귀여움과 섹시함, 진중함으로 여성들에게 이훤앓이를 널리 퍼뜨렸다. 또한 최근 방송되고 있는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숙종 유아인은 장옥정(김태희 분)을 향한 사랑과 섹시한 남성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착한 장희빈을 그리겠다는 의도로 시작한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신선한 것은 장옥정 뿐 아니라 숙종 역시 마찬가지였다. 극중 숙종 역시 역사 속 실존 인물이지만 그간 봐왔던 사극 속 왕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정통 사극의 인기가 떨어지고 팩션 사극이 대세로 자리 잡으며 일어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진중하고 엄한 왕을 봐 왔던 시청자들은 이제 조금 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왕의 모습을 원하게 된 것. ‘사극의 제왕’ 최수종이 출연하는 ‘대왕의 꿈’이 과거의 KBS 정통사극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 채 다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그에 대한 방증이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사극 편성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젊고 귀여운 그리고 섹시하기까지한 왕의 출연은 사극 열풍 유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mewolo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