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제가 우겼다가 안타 맞는 경우도 있는데요. 뭘”.
포수는 가장 빛이 나지 않는 자리 중 하나다. 결과론으로 인해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신한 시도를 보여줬더라도 결과가 안 좋으면 비난을 받는다. 게다가 투수의 모든 공을 받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수백 번 반복한다. 투수가 자신의 호투를 포수의 공으로 돌리는 이유다. “포수 말 잘 들어야겠다”라는 선배 서재응(36)의 이야기에 포수 차일목(32, 이상 KIA 타이거즈)은 “모든 공이 좋아 편안했다”라며 웃었다.
서재응은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5차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후 서재응은 “일목이 리드가 좋았다. 일목이 리드를 안 따라서 초반에 안타 몇 개를 맞았다. 앞으로 더 잘 따르겠다”라며 차일목의 리드를 칭찬했다.

대체로 서재응은 광주일고 동기생인 김상훈과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으나 1일 경기서는 김상훈의 2군행으로 차일목과 배터리를 이뤘다. 그러나 서재응은 시즌 최고로 안정된 호투를 펼치며 시즌 3승 째를 거뒀다. 일찌감치 상대 타자와의 대결을 유리하게 이끈 차일목의 공이 컸음을 알 수 있다.
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차일목은 서재응의 “일목이 말 잘 들어야겠다”라는 이야기에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제 리드를 우겨넣었다가 투수가 얻어맞는 경우도 있는데요”라며 겸손하게 답한 차일목은 서재응의 모든 공이 좋았다며 극찬했다.
“기본적으로 제구력이 좋은 형이잖아요. 그런데 어제(1일)는 정말 모든 공이 좋았어요. 별 달리 주문할 것도 없었고. 호흡 맞추기 정말 편했어요. 던지는 공들이 다 좋은 데 뭐 있겠습니까”. 투수와 포수는 서로의 강한 신뢰가 바탕되어야 한다. 서로를 믿지 못하면 곧 불화는 물론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게 마련. 서재응의 호투에는 포수 차일목과의 믿음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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