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들이 수비로 전환해서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들, 그런 부분이 유기적으로 잘 이뤄지니 보기 좋더라. 우리 선수들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서정원(42) 수원 삼성 감독은 5월의 첫머리를 장식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 대해 "아주 좋은 경기를 봤다"고 평가했다.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독일세'가 유럽 최강으로 군림하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스페인세'를 꺾은 두 경기는 유럽축구계에 있어 의미심장한 교훈을 주는 경기였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축구는 서 감독 역시 매료시켰다.
수원은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0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펼친다. 이 경기를 앞두고 서 감독은 지난 2일 경기도 화성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갖고 인천전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K리그 클래식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였지만 새벽잠을 설치게 한 명승부의 여운이 짙게 남아있었다. UCL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서 감독은 "아주 좋은 두 경기를 봤다. 동계훈련 때 내가 강조했던 부분이 많이 나왔다"고 말문을 열며 "공격수들이 수비로 전환해서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들, 그런 부분이 유기적으로 잘 이뤄지니 보기 좋더라. 우리 선수들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경기를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독일 팀들이 보여준 유기적인 공수 전환과 압박은 서 감독을 매료시켰다. 이전부터 독일 축구에 영향을 많이 받은 서 감독이다. 아마도 그의 '영원한 멘토'인 데트마르 크라머 감독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서 감독은 "압박하는 첫 번째 선수보다 두 번째, 세 번째 선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쇄적으로 압박이 이어져 공이 빠지지 않게끔 동선을 막아주는 장면들이 좋았다"며 공수 구분없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압박의 매력을 설명했다.
올 시즌 서 감독은 압박 축구를 지향하고 있다. 공격과 수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빠른 템포로 그라운드를 휘젓는 축구, 그 정점에 선 독일 축구의 모습은 서 감독이 지향하는 바다.
실제로 수원의 날개로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서정진은 "감독님이 독일 축구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공수 구분 없이 공격수부터 수비를 해야 조직적으로 팀이 잘 만들어진다. 또 공격수가 끊어내면 그 때부터 바로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어 템포가 빠른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암흑기를 보낸 독일이 철저한 유스 시스템의 구축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 역시 서 감독에게는 하나의 힌트가 됐다. 권창훈, 연재민 등 유스 출신 선수들을 적극 중용하고 있는 서 감독은 "독일은 자존심도 강하고 자신들의 시스템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걸려 유스 시스템, 훈련 등을 바꿨고 그런 노력이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 감독은 "우리나라 축구도 계획을 더 철두철미하게 세워서 유스 선수들부터 기성 선수들까지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 나아가서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그리는 서 감독의 백년대계가 독일 분데스리가의 성공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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