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개막 때였어요. 그 때 좌익수 뜬공을 펜스플레이 하다가 부딪히면서 다쳤어요. 마음 편하게 병원에 갔는데 뼛조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선수들은 ‘다치지 않고 풀타임 시즌’을 바란다. 몸이 안 좋으면 의욕과 기교가 충만해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에서 중심타자가 빠지면 경기 전 발산하는 위력 자체가 감소해 기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 선수 본인의 야구 성취욕도 큰 만큼 제대로 한 시즌을 뛰고 싶다는 뜻이 대단하다. 두산 베어스의 젊은 중심타자 김현수(25)가 발목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서는 이유다.
김현수는 올 시즌 23경기 2할8푼4리 3홈런 16타점(2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약관의 나이에 타격왕(2008시즌 3할5푼7리)이 되고 2011년까지 4년 연속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했던 김현수를 떠올려보면 아쉬움이 있는 스탯. 그러나 속내를 들춰보면 김현수가 경기에 출장하는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

현재 김현수는 오른 발목 뼛조각 충돌 증후군으로 인해 제 몸 상태가 아니다. 선수 본인은 “4월 2일 SK와의 잠실 홈 개막전에서 9회 조성우의 뜬공 타구를 펜스 플레이로 잡다가 착지를 잘못해서 다쳤다”라고 밝혔다. 당시 김현수는 공을 잡은 후 손짓으로 트레이너의 그라운드 진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잡고 떨어지면서 오른발을 다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튿날 병원에 다녀왔는데 뼛조각이 돌아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참고 버텨야지요”. 시즌이 끝날 때까지 더 잘못되는 일이 없길 바라며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김현수다.
팀에서도 김현수의 부상을 그저 가벼운 것으로 넘길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김현수는 그저 지명타자 출장을 하는 선수가 아니라 주전 좌익수다. 수비 능력도 데뷔 초기에 비해 일취월장한 김현수는 심심치 않게 호수비와 강력한 송구를 보여준다. 수비 대체요원이 많다고 해도 김현수는 최근 5년 간 두산 좌익수 자리에 가장 많이 선 야수다. 주전 코너 외야수로서 상징성이 크다.
게다가 그는 팀이 자랑하는 간판 3번 타자. 두산 타자들 전체가 올 시즌 고의볼넷 6개를 얻어낸 가운데 김현수가 얻은 고의볼넷 개수가 4개다. 부상 중이라고 해도 아직 ‘두산에서 가장 피해야 할 타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야수층이 두꺼운 두산이라고 해도 장타와 컨택 능력을 겸비한 3번 타자로서 김현수의 역할을 대체할 타자가 팀 내에는 아직 없다는 것이 김현수 출장 강행의 가장 큰 이유다. 코칭스태프도 김현수의 부상을 알고 있으나 쉽게 라인업에서 제외하기 힘든 상태다. 팀의 한 시즌 명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직 시즌 중 수술할 정도는 아니에요. 올 시즌 잘 치러야지요”라며 살짝 절뚝이며 경기 전 훈련 종료 작업을 돕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선 김현수. 선수 본인과 선수단은 물론 팬들은 김현수가 무탈하게 2013시즌을 보낼 수 있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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