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안 경찰청 야구단 감독은 요즘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올 시즌 경찰청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때문. 경찰청 야구단이 한국 프로야구의 화수분 역할을 맡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청 출신 선수들이 잘 하니까 지도자로서 보람을 느낀다. 야구 잘 하라고 혼도 많이 냈던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더욱 기분 좋을 수 밖에". 지난 2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유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경찰청 출신 선수들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유 감독은 "남들과 똑같이 훈련하면 1군에 갈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이곳에서 살아 남지 못하면 1군 진입은 절대 불가능하다. 죽을 힘을 다해 살아 남으면 1군 무대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정신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이곳에 온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자질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 얼마든지 자신의 기량을 끌어 올릴 수 있다. 마음 가짐만 바꿔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유 감독은 SBS 인기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예로 들며 "벌레를 먹어야만 살 수 있고 라이터 없이 불을 붙일 수 있는자 만이 따뜻한 곳에서 잘 수 있다는 정글의 법칙이 경찰청 야구단에는 존재한다. 야구는 편리한 문명이 아니라 서로 총칼을 들고 똑같은 조건으로 싸우는 전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 구단마다 외부 영입보다 내부 육성을 통해 전력 강화를 꾀하는 추세다. 유 감독은 "이곳에서 병역 의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기량까지 향상시킬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경찰청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한국 야구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경찰청 출신 선수들의 선전 속에 한국야구위원회와 각 구단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게 유 감독의 설명. "이젠 우리가 말하기 전에 먼저 필요한 게 없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는 유 감독은 "각 구단마다 군팀을 최대한 지원하고 소속 구단의 육성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원준, 윤지웅, 구본범(이상 투수), 장성우(포수), 김회성, 백창수(이상 내야수), 문선엽(외야수) 등 올 시즌 전역 예정 선수들은 내년 시즌 1군 무대에서 뛸 가능성이 높다. 유 감독은 "경찰청 출신 선수들의 선전 속에 이곳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는 눈빛이 달라졌다"며 경찰청 야구단의 돌풍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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