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구속이 나오지 않아 스리쿼터 투구폼에서 사이드암으로 전향하며 공의 움직임을 살리는 데 힘썼다. 반면 또 다른 한 명은 공의 움직임 대신 구위와 제구력 향상을 위해 팔 각도를 사이드스로에서 스리쿼터에 가깝게 올렸다. 2013시즌 첫 한 달을 보낸 두산 베어스 투수진에서 가장 성장세가 뚜렷한 사이드암 오현택(28)과 3년차 우완 이정호(21)는 반대되는 대칭 성장으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오현택과 이정호는 현재 두산 투수진에서 가장 시즌 전 기대치 대비 공헌도가 높은 투수들로 꼽힌다. 오현택은 올 시즌 9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2일 현재)을 기록하며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0.75, 피안타율 1할4푼의 특급 세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정호는 임시 선발로 기회를 얻으며 4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 중이다. 이정호도 WHIP 1.09에 피안타율 2할2푼8리로 좋은 투구내용을 자랑한다.
아직 불과 시즌 첫 한 달을 보냈을 뿐이지만 오현택과 이정호가 두산 투수진을 살 찌우는 존재임은 분명한 사실. 김진욱 감독은 오현택에 대해 “투수진에서 가장 기복 없는 꾸준한 피칭을 해줄 수 있는 투수”라고 평했고 이정호에 대해서는 “어린 나이에도 당당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강심장을 지녔다”라고 높은 점수를 줬다. 입단 연차 차이가 큰 투수들이지만 사실 이들의 데뷔 후 행보는 반대였다.

장충고-원광대를 거쳐 2008년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오현택은 사실 대학 시절까지 스리쿼터 투수였다. 당시 직구에 커브를 결정구로 섞어 던지던 오현택은 직구 최고 구속이 138km 가량에 그쳐 두산 입단 후 권명철 코치의 권유 아래 사이드스로로 전향했다. 2010시즌 후 상무 입대한 오현택은 지난 2년 간 상무 에이스로 활약하며 2011년 파나마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도 발탁되어 태극마크를 달았고 지금은 롱릴리프 필승조로 투입되고 있다.
반면 이정호는 오현택과 반대의 길을 걸었다. 광주일고 시절 유창식(한화)과 팀 마운드를 이끌던 이정호는 2011년 7라운드로 입단했다. 데뷔 당시 이정호는 최고 141km의 직구를 던지는 사이드암이었으나 제구 불안 현상으로 인해 지금은 팔 각도를 약간 올려 스리쿼터 투수에 가깝게 변모했다. 실제로 이정호의 투구 시작은 잠수함 투수지만 후반부는 스리쿼터 투수처럼 팔 스윙이 올라가 있다. 과거 박현준(전 SK-LG)의 투구폼과도 유사하다.
팔 각도는 지평선을 기준해 대칭으로 변모했으나 공통점은 뚜렷하다. 선수들 스스로 야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기량을 절차탁마했다는 점. 상무 입대 전 구종이 단조로운 편이라는 평을 받던 오현택은 상무 입대 후 투심 같은 직구 변종 구종이나 싱커, 체인지업의 구사력을 높였다. 오현택에게 퓨처스리그는 실전 감각 유지 뿐만 아니라 새 구종의 시험 무대였다.
또한 이정호는 지난 2년 간 두산 퓨처스팀에서 가장 성실한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2011년까지 2년 간 두산 퓨처스팀 매니저로 재직했던 박준호 홍보팀 대리는 이정호에 대해 “성품이 착한 데다 굉장히 성실한 선수다. 언젠가 기회를 얻게 된다면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며 이전부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두산 퓨처스팀의 주축 투수로 선발-계투를 종횡무진한 이정호는 올해 초 데뷔 후 처음으로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었고 담력이 바탕된 마운드에서의 씩씩한 행동거지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화수분 입구를 통해 자신의 오른팔을 뻗은 오현택과 이정호. 그러나 빛을 못 보던 시절 쏟았던 노력의 가치를 등한시한다면 그들은 다시 어두운 곳간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1군 무대에서 제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둘은 두산 마운드를 제대로 살 찌울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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