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는 좋아질 것이다".
한화 거포 최진행(28)이 드디어 긴 침묵을 깨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최진행은 지난 2일 대전 롯데전에서 7회 추격의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개막 24경기 만에 나온 시즌 1호 마수걸이 홈런. 이날 최진행은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을 올리며 페이스 회복을 알렸다.
김태균-김태완과 함께 강력한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 최진행은 그러나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24경기에서 타율 2할4푼1리 1홈런 9타점. 최진행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특히 4번 김태균을 뒷받침해야 할 5번 타순에서 번번이 흐름을 끊었다.

최진행은 "태균이형의 볼넷이 많다는 걸 나도 느낀다. 내가 홈런과 타점을 많이 올렸으면 투수들이 지금처럼 태균이형과 승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답답하다. 내가 잘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김태균도 최진행을 향해 "남들이 하는 조언보다 스스로 고민하고 일어서야 다음에도 극복할 수 있다"며 인내했다. 최진행도 "태균이형도 별 말을 안 하더라"며 웃었다.
대신 최진행은 김태균에게도 "5월부터 살아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원래 5월부터 페이스가 올라왔다. 이제 5월이 된만큼 계기가 생기면 곧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최진행은 3~4월 통산 성적이 타율 2할2푼4리 8홈런 39타점에 불과하지만 5월에는 통산 타율 3할1푼 29홈런 81타점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스스로도 슬럼프 탈출을 위해 부단이 애를 썼다. 최진행은 "생각과 고민을 많이 했다. 폼도 바꿔보고, 타이밍에도 변화를 줬다. 한 구종만 노리고 들어가기도 하고, 이것저것 여러가지 해보고 있다"며 "나도 내가 답답하다. 안 좋을 때 가만히 있는 성격도 아니다. 비디오 분석도 하고, 러닝과 웨이트도 많이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실마리가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스윙이다. 그는 "코치님께서 너무 잡아 돌리는 스윙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바깥쪽 공에 땅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는 팔을 뻗어주는 스윙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장타도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경기에서 최진행은 팔을 쭉 뻗는 호쾌한 스윙으로 좌중간 담장으로 넘어가는 장쾌한 홈런을 뿜어냈다.
시즌 초반 오른쪽 무릎 통증으로 외야 수비에 나서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좌익수 수비도 소화하고 있다. 최진행은 "지금 몸 상태는 70~80% 정도다. 못 참을 만큼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뛸 수 있다"며 "날씨가 따뜻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5월의 사나이' 최진행이 첫 홈런과 함께 한화 타선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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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