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싸이' 황민우를 소비하는 장삿속과 악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5.03 07: 44

[유진모의 테마토크]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의 황민우(8)는 춤 잘 추는 아이로 통하는가 싶더니 지난해 유튜브 조회수 15억건을 돌파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단숨에 스타덤에 올라섰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리틀 싸이(Little PSY)'로 널리 알려졌다.
이렇게 유명세를 탄 황민우는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가 하면 각종 행사에 불려다니더니 결국 올해 가수로 데뷔함과 동시에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정식으로 연예인으로 데뷔했다.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 듯 싶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황민우의 소속사인 스타존엔터테인먼트가 "황민우에 대한 악성 댓글을 달고 회사 홈페이지를 의도적으로 마비시킨 누리꾼들을 처벌해 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고 2일 밝혔다. 소속사 측은 지난 달 25일 경찰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같이 수사의뢰를 했고 다음날 강남경찰서가 이 사건을 배정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달 23일 오후 7시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으로 추정되는 10명 이상의  누리꾼이 지난 23일 오후 7시 스타존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집중적으로 접속해 게시물을 무더기로 올림으로써 사이트를 마비시켰다. 이들은 홈페이지가 다운되자 일베에 "결국 서버가 운지를 하고 만다(마비가 됐다)"는 글을 남기며 환호했다.
실제 일베 사이트에는 황민우를 겨냥해 '어머니가 필리핀이 아니고 베트남' '열등 인종 잡종이잖아' '다문화 XX가 한국 산다는 게 X같다' '뿌리부터 쓰레기' 등 차마 눈뜨고 봐주기 어려운 악성 댓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황민우는 예전에 방송에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이마저도 목표물이 됐다. '저 XX 왕따라며?' '초등학교 1학년이 머리에 왁스 바르고 염색했는데 안 맞을 리가 있나' '빨리 운지했으면(죽었으면) 좋겠다'라고 누리꾼은 무형의 폭력을 휘둘렀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인 황민우는 지난 해 광주광역시에서 인천으로 전학을 왔다. 그는 평소에 방송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구성지게 구사한 적도 있는데 이런 점을 빗대 욕설을 퍼붓는 누리꾼까지 등장할 정도다. 오래 전에 사라진 지역감정까지 되살려낸 어이 없는 몰지각한 행위다.
이 누리꾼은 왜 어떤 의도로 황민우를 저격한 것인지 불확실하다. 그러나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 누리꾼의 정신상태가 올바르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황민우가 아이답지 않게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는 점이다. 황민우는 또래 나이 중 가장 활발하면서도 깊게 연예활동을 하고 있는 아역 스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알려졌다시피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싸이의 춤을 흉내낸 것을 인연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라선 뒤 SBS '스타킹' '도전 1000곡' 등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과 행사에서 활약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봐줄 만하다. 싸이를 따라 미국까지 건너간 것도 그럴 수 있다. '강남 스타일'은 전세계 인구를 춤추게 만드는 노래이니 그에 편승한 인기를 한번쯤 누려보는 것도 그 소년의 인생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연예 프로그램에 가끔 출연해 TV로만 보던 스타들도 보고 제작시스템도 견학함으로써 견문을 넓힐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직업 연예인으로 나선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그는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과 어머니의 나라 베트남의 합작영화 '사이공 신데렐라'에 출연한데 이어 이번에는 음반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이 어린 연예인이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지만 어린 아이를 이용한 상술은 배제돼야 한다. 왜냐면 한 아이의 성장과정은 성인이 됐을 때 인격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 과정은 철저하게 건전하고 교육적인 게 마땅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있었던 황민우의 데뷔곡 '쇼타임' 쇼케이스 자리에서 스타존 엔터테인먼트의 이정민 대표는 "민우가 나이는 어리지만 실제 음악적인 감각이나 춤실력은 13세 이상되는 아이들에 못지 않다"고 가능성을 자신했다. 연준범 프로듀서 역시 "민우가 이제 겨우 8살인데 13살 정도의 발성과 리듬감을 갖고 있다"며 "처음 만났을 때 편곡을 물어보는 등 음악적 감각이 남달라 앞으로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준비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수가 될 것"이라고 음악성까지 거론했다. 더불어 그는 "8세 나이에 세계를 돌면서 노래하는 아이는 민우 뿐일 것"이라며 "조금 과장해서 한국의 저스틴 비버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극찬했다.
하지만 이 두 어른들의 생각과 말에는 착각과 환상 그리고 상술이 가득하다. 우선 8살이 13살 정도의 음악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게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다. 8살이나 13살이나 아직 변성기 전이므로 가능성이나 능력은 '오십 보 백 보'다. 게다가 황민우가 편곡에 대해 물어봤다는 점은 호기심 가득한 어린 나이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현상이다. 호기심이 재능과 직결된다면 웬만한 아이는 다 천재다.
대중 및 전문가는 이미 '도전 1000곡'을 통해 황민우의 노래 실력을 충분히 봤다. 필자가 보기에 황민우는 이 두 어른들의 표현처럼 저스틴 비버가 될 가능성은 확실치 않아 보이고 마이클 잭슨은 더더욱 아니라는 느낌이다.
물론 춤실력은 또래 아이들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춤실력만으로는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없다. 또한 현재 그 춤실력이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뛰어나보이는 것이지 틴에이저만 된다면 색다를 게 없을 수 있다.
황민우의 '어른들'은 마치 음악계의 신동이 탄생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프랑스의 조르디는 만 4세 6개월 되던 1993년 '아기짓도 못해먹겠군'이라는 곡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58위에 올라 세계 최연소 가수라는 타이틀로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듬해 프랑스 정부는 조르디의 TV 및 라디오 방송 출연을 금지하며 부모에게 아동 노동력 착취 혐의를 적용했다. 조르디를 이용한 상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린이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조르디 농장 개장으로 이어졌는데 결국 이 농장은 사업에 실패했다. 1996년 조르디의 부모는 이혼하고 조르디는 학교로 돌아갔으며 나중에는 부모 양육권에서 벗어났다.
조르디는 2006년 2월 28일 신곡을 발표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고 그 뒤로는 별 소식이 전해져오지 않고 있다.
황민우는 인터뷰를 통해 빌보드 차트 10위 안에 들겠다고도 하고 자신의 뮤직비디오가 싸이의 것보다 더 멋있다고도 한다. 8세 어린 아이의 귀여운 장난으로 보기에는 어른들이 부추겨준 자신감이 지나치게 위험해보인다. 그의 활동이 그의 뜻대로 술술 풀려 미국 시장에도 나가고 싸이와도 비교될 정도로 인기를 얻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 어린 황민우가 받을 상처는 상상 이상이다. 아직 인격형성의 초기단계에 있는 그가 받을 충격과 정신세계에 대한 전율은 아이돌 가수들이 느낄 수 있는 수준과 비교도 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판타지의 세계다. 8살난 한 아이를 환상의 세계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가공으로 만든 온갖 달콤한 사탕을 맛보게 함으로써 그 영화를 개봉해 이득만 챙기면 된다는 철저한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위험한 좌판이다.
아직은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황민우의 등장에 재미있어 하고 신기해 하면서 박수갈채를 보이지만 대중의 관심은 곧 시들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 황민우의 소비지수는 최대치를 찍을 만큼 찍었다. 남은 것은 식상한 대중이 외면하는 것 밖에는 없다.
왜냐면 황민우는 댄서로서나 가수로서 보여줄 것은 이미 다 보여줬기 때문이다. 새로울 게 없는데 대중이 눈길을 줄 이유가 없다.
최근 싸이가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발표하자마자 황민우가 이를 패러디한 것도 그리 곱게 비치지 않는다. 왜냐면 이는 황민우의 연예인으로서의 한계성을 드러낸 결정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황민우가 연예인으로서 독자적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리틀 싸이'라는 그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통해서고 대중이 그에 환호하는 이유는 그가 '강남스타일'에서 싸이의 말춤을 그대로 흉내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어린아이 싸이'를 즐기는 소비방식이지 황민우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창작곡을 내놓고 정식 가수로 등장한 만큼 황민우는 황민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싸이 흉내를 내면서 그의 지명도와 인기에 편승한 얄팍한 상술을 펼쳐서는 생명력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신곡과 그에 맞는 뮤직비디오와 춤으로 승부를 건 게 아니라 또 싸이의 시건방춤을 추며 그의 인기 기류에 살짝 부정승차하고 있다. 이는 황민우만의 개성과 능력을 최대한 부각시켜 '가수 황민우'를 만들려는 게 아닌, '리틀 싸이'를 앞세워 그 화제성만으로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소속사의 얄팍한 상술 외에는 더이상 봐줄 게 없다.
황민우에 대한 악의적인 악플의 저의는 분명히 건전하지 못하고 그를 비난하는 방식과 언어의 선택은 부적절하다 못해 치졸하고 저질스럽다. 더 이상의 평가나 재고가 필요 없는 못나고 무식한 누리꾼의 무차별 폭력에 불과하다. 하지만 황민우의 부모는 이것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자신의 아들이 활발하게 연예활동을 펼치는 것에 대해 환호하고 박수갈채를 보내는 사람 만큼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아이는 아이다울 때 귀엽고 예쁘다. 대중이 MBC '아빠! 어디 가?'의 아이들에게 열광하며 다 죽어가던 '일밤'의 불씨를 되살려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준 배경은 그 아이들이 맑소 순수한, 때묻지 않은 어린 아이의 감수성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SBS '야왕'의 은별 역의 박민하의 연기에서 대중이 굵은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것 역시 박민하의 꾸밈 없는 맑은 영혼이 연기에 묻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 흉내를 낼 때 아이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어른이 아이를 귀여워하는 이유는 아이에게는 어른의 때가 안 묻었기 때문이다.
경제력 세계 15위의 한국은 그러나 행복지수는 형편 없다. 보편화된 다문화 가정은 글로벌하게 성장한 한국 문화의 다양성을 상징하지만 이렇게 다문화 가정의 한 어린 아이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는 편견이 있음은 분명히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한번쯤은 되돌아보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민우의 부모가 '왜 아무 죄 없는 우리 아이에게 돌을 던지냐'고 마냥 억울해 할 것만은 아니다. 어른들의 인면수심같은 상술이 자신의 금쪽보다 귀한 자식을 어떤 식으로 대중에게 소비시키려 하는가에 대해서는 한번쯤 진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역스타가 정상적으로 성장해 어른이 돼서도 스타로 살아가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다수의 사람들은 안성기나 강수연만 볼 줄 알지 국내 최초의 아이돌스타였던 듀오 아이돌은 보지 못한다. 아이돌은 1995년 데뷔하자마자 스타덤에 올라 청소년 층의 절대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이듬해 데뷔한 HOT에 밀려나 이내 은퇴했다. 그리곤 그들은 한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어느새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한 아역스타 출신의 성인은 어린 시절의 인기와 그 인기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비뚤어진데다 생활고까지 겹쳐 도둑질을 하기까지 했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