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요요”, 매팅리 칭찬의 의미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04 06: 05

“류현진은 요요처럼 공을 던졌다”
지난 1일 콜로라도전이 끝난 이후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26, LA 다저스)의 투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날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12탈삼진 2실점의 역투로 시즌 3승째를 따냈다. 전날(30일) 12점을 올리며 다저스 마운드를 초토화시킨 콜로라도 강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매팅리 감독의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매팅리 감독은 이날 류현진의 투구 내용을 상세하게 분석하면서 장점까지 설명했다. 그 와중에 나온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요요’였다. 자이로스코프의 원리를 이용한 장난감인 요요와 류현진의 원숙미 넘치는 투구를 비교한 것이다. 매팅리 감독이 ‘요요’라는 표현을 즐겨 쓰기는 하지만 류현진의 장점을 설명할 때는 항상 이 단어가 따라붙는다는 점에서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매팅리 감독의 이날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볼 끝의 움직임과 완급조절이다. 우선 매팅리 감독은 “볼이 요요처럼 춤췄다”라는 표현을 썼다. 류현진의 공 스피드는 메이저리그(MLB)에서 아주 빠른 편은 아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3마일(149.7㎞) 정도고 평균 구속은 90마일대 초반이다. 이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왼손 중에서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공의 움직임이 살아있다. 실제 메이저리그 투구분석 시스템을 보면 류현진이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고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류현진은 스스로 “투심을 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직구 자체도 공 끝에 변화가 있다는 의미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물론 커브의 각도 크다. 미국의 통계 분석 사이트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는 최근 리그에 등장한 선수들 중 류현진의 커브 각도가 두 번째로 크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두 번째 의미는 류현진 특유의 완급조절이다. 매팅리 감독을 비롯, 미국 현지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도 이것이다. 매팅리 감독은 1일 경기 후 “볼 스피드가 변화무쌍했고 투구패턴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적장인 월트 라이스 콜로라도 감독 역시 “경기 내내 속도 변화가 굉장히 심했다”라고 인정했다.
실제 류현진은 직구·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를 자유자재로 던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는 비교적 구사 비율이 적었던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지는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커브는 이제 결정구로도 사용될 정도로 자신감이 붙었다. 90마일 초반대의 직구, 직구와 13~15마일 차이가 나는 체인지업, 그리고 70마일 초반대의 느린 커브까지 섞어 던지니 타자로서는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매팅리 감독도 이를 칭찬한 것이다.
이런 류현진의 장점은 메이저리그 롱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직구 구속을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신체조건 등 선천적인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그러나 완급조절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지 구속의 단점을 만회할 수 있다. 여기에 류현진은 매 경기 다른 결정구를 활용하며 타자들의 타이밍과 분석을 영리하게 피해가고 있다. 요요처럼 상대를 쥐락펴락하는 류현진의 노련미에 메이저리그의 문도 조금씩 열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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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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