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충원의 유구다언] 경남, 박지성 위해 위약금 청구하라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3.05.04 07: 14

경남FC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7월 개최할 예정이었던 QPR과의 친선경기가 취소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경남은 "현재 QPR 소속 선수인 박지성과 윤석영의 모습을 기다렸던 경남도민 및 축구팬들에게 사과한다"고 전했다.
경남은 지난달 초 QPR의 CEO 필 비어드로부터 경남과 QPR의 친선전에 합의했다. 또 투어 명단에 박지성, 윤석영 등 한국선수를 포함시키는 조항을 넣었다. 법적으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이에 따라 경남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친선전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었고, 중계권 및 스폰서 업무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경남은 올시즌 들어 도민 속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지역밀착 마케팅을 진행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유럽의 명문 구단과의 친선경기를 차례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당초 QPR은 7월16일부터 25일까지 한국 투어를 계획하고 있었고, QPR은 7월19일에 친선전을 갖기로 경남과 합의했다.
그러나 QPR은 일방적으로 한국 투어를 취소했다. 경남의 발표가 있기 전날 밤 늦게 연락해서 취소에 대해 일방적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는 영국 언론을 통해 당당하게 이야기 했다.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투어는 취소됐다. 브랜드파워를 높일 수 있는 기회였지만 실패했다"며 "아마 한국팬들은 (박지성의 팀 잔류여부와 상관 없이) 투어를 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유럽에 머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부리그로 강등된 마당에 한국 투어를 할 수 없다는 이유다. 물론 이는 단순히 경기력 측면이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상황도 맞물리고 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QPR이 한국행을 고려한 것은 단순히 한국에서만 경기를 펼치는 것이 아니었다. 동아시아 지역의 투어를 진행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QPR은 지난해 동남아시아 투어에 이어 올 시즌에는 동북아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QPR이 가슴에 품고 있는 '에어 아시아(Air aisa)'를 홍보하기 위함이다.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경영을 맡고 있는 항공사 홍보를 위해 투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인도 출신의 말레이시아 기업가인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다각도로 고민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난데스 회장은 방한 취소에 대해 팀 정비라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철저한 계산을 하고 있는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경기력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지성이라는 한국 축구의 상징성을 철저하게 이용한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결국 주판알을 튕기며 손해보는 장사를 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이번 방한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단순히 경남과의 문제를 벗어난 상황이다. 아시아 출신의 사업가가 아시아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범위를 넓히지 않더라도 K리그 클래식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투어 비용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영국), FC 바르셀로나(스페인) 등 유럽 명문팀에 비해 위약금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위약금을 지불하고서라도 방한을 취소한 것이다. 금액적인 부분이 맞지 않고 팀 사정도 좋지 않으니 위약금 정도는 물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2부로 강등된 팀이 K리그 클래식팀과의 경기를 굉장히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미 QPR은 경남과 계약을 맺기전 K리그 클래식의 몇몇 팀에 친선전을 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모두 무시 당했다. 또 당시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자 틀어 버렸다.
그만큼 QPR은 K리그 클래식팀들에게는 매력적인 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QPR은 손바닥을 뒤집듯 의도대로 되지 않자 모든 일정을 접어 버렸다. 이처럼 무시를 당한 상황에서 경남은 박지성과 윤석영에 대해 걱정하며 위약금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나 K리그 클래식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는 오히려 위약금을 청구해야 한다. 분명 계약서 내용에는 박지성과 윤석영이 출전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실상 그들이 팀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발표를 뒤로 미루고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조항도 분명 삽입돼 있다.
또다른 이면에는 고액연봉자를 정리하겠다는 QPR의 생각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QPR은 K리그 클래식을 무시했고 철저하게 이용만 당한 꼴이 됐다.
경남은 무조건 QPR에게 계약서 대로 이행할 것으로 촉구해야 한다. 그들이 방한을 하건 하지 않건간에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이행하게 만들어야 한다. 설사 그 금액이 얼마되지 않더라도 상징적으로 철저한 계약이행을 요구해야 한다.박지성을 위한다는 생각은 오히려 K리그 클래식 전체를 무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서 뛰고 있는 박지성과 윤석영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나서는 안된다. 그것이 박지성과 윤석영의 자존심을 더욱 살릴 수 있는 길일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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