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지난 3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KIA 타이거즈전. 8회초 2사 만루에서는 아마 야구, 혹은 야구 만화에서 볼 법한 일이 벌어졌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직접 투수, 포수, 내야수들을 마운드 위에 불러모은 것. 내야수들까지 모은 것은 프로야구에서 흔치 않은 감독의 액션이었다.
1-0의 살얼음 리드 속에서 역전 위기를 맞았던 넥센은 감독의 '마운드 미팅' 후 만루 위기를 넘기고 9회까지 승리를 지키며 4연승을 달렸다. 2위 KIA와의 승차를 1.5경기차로 벌리며 단독 선두 자리도 수성했다.

이때 염경엽 넥센 감독은 무슨 말을 했을까. 경기 후 염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나도 내야수였지만 이때가 내야진이 긴장해 실책을 하기 가장 쉬운 때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되 집중하라"고 전했다.
염 감독은 "지금 두 번이나 안타를 맞지 않았지 않나. 한 이닝에 세 번 안타 나오기는 힘들다. 편하게 던지라"는 말로 투수 송신영과 박동원 배터리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송신영은 염 감독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김상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멋지게 돌려세웠다.
염 감독은 올 시즌 넥센을 선두 자리에 올려놓기도 했지만 초보 감독답지 않은 리더십으로 점차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마운드 미팅'도 지난달 5일 대전 한화전 때에 이어 2번째. 직접 나서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도 염 감독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다. 넥센 선수들은 감독이 편하게 해줄 때 풀어지는 대신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최근 넥센이 보여주고 있는 뛰어난 공수 집중력도 책임감에서 나오고 있다.
염 감독의 리더십이 올 시즌 넥센을 어디까지 상승시킬 수 있을까. 편안함 속에서도 무서운 집중력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염 감독과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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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