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을 불태워라'. 2013년 한화의 캐치르프레이즈다. 한화가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투혼과 의지를 일깨우고 있다.
한화는 지난 3일 대전 SK전에서 5-1로 승리했다. 김혁민이 올해 한화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7⅔이닝을 1실점(비자책)으로 막으며 선발승 거뒀지만, 그에 못지않게 외야수 이양기(32) 강렬한 의지와 포수 정범모(26)의 뜨거운 투혼이 한화 선수단을 일깨웠다.
이양기는 의지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한화가 2-0으로 리드한 4회말 무사 1루. 이양기 타석에서 초구에 치고 달리기 사인이 걸렸다. 그러나 SK 투수 조조 레이예스의 직구는 바깥쪽 높은 코스로 향했다. 1루 주자 오선진이 이미 스타트를 끊은 상황.

그 순간 이양기는 타석에서 점프를 했다. 배트를 세게 잡고, 공을 맞히겠다는 일념으로 양 팔을 쭉 뻗었다. 배트 끝에 걸린 타구는 우익수 앞으로 빠져나갔고, 스타트를 끊은 오선진은 2루를 거쳐 3루까지 질주했다.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를 연상시키는 '개구리 타법'이었다.
이양기 놀라운 집중력으로 만든 1사 1·3루. 포수 정범모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는 레이예스의 7구째 몸쪽`공에 파울을 친 게 그만 왼쪽 정강이를 그대로 강타했다. 정범모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그 자리에서 그만 주저앉았다.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온몸에 밀려왔다.
한화 벤치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정범모는 투혼을 발휘했다. '괜찮다'는 사인을 낸 뒤 절뚝거리며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이윽고 레이예스로부터 볼넷을 골라내며 만루 찬스를 이었다. 정범모는 1루 주자로 나간 뒤에도 교체 의사를 보내지 않았고, 8회까지 포수로 자기 자리를 변함없이 지켰다.
이양기와 정범모는 모두 절박한 마음가짐으로 의지와 투혼 발휘했다. 이양기는 "히트앤런 사인이 걸려 어떻게든 땅볼이라도 그라운드 안으로 타구를 보낼 생각이는데 정말 운 좋게 안타가 됐다. 나도 모르게 점프 동작이 나왔다. 야구를 하면서 이런 안타는 처음"이라며 "올해 해외 스프링캠프를 참가하지 못해 실망도 했다. 하지만 서산 2군 훈련에서 이정훈 감독님 지도 아래 많은 걸 배웠다. 좌투수·사이드암 공략법과 노림수 그리고 기술적으로 상체를 뒤에 놓고 치는 노하우를 배웠다"며 추운 겨울을 떠올렸다. 그만큼 절박함이 크다.
경기 후 정강이에 얼음찜질하며 절뚝인 정범모도 "보호대를 하지 않아 더욱 아팠다. 그렇다고 경기에 빠질 수 없었다.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록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한화 선수들의 투혼과 의지 만큼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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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