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는 단 한치의 자비도 없었다. 최대 라이벌을 안방으로 불러들인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야유는 경기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다만 류현진(26, LA 다저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시즌 초반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다저스는 4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샌프란시스코 원정 3연전을 벌인다. 지구 최대 라이벌 관계인데다 상위권 팀들을 추격해야 하는 다저스로서는 5월 판도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3연전이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상승세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추락이 시작될 수도 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도 4일 3연전 첫 경기에 앞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며 위닝시리즈가 목표”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상대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샌프란시스코다. 결코 만만하지 않다. 여기에 또 하나의 큰 산이 있다. 바로 AT&T 파크를 가득 메울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야유다. 단순한 야유가 아닌, 적개심이 가득한 공포의 목소리다. 4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한 목소리를 내면 그 압박감은 더 커진다.

실제 올 시즌 처음으로 다저스를 만난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그간 아껴놨던 야유를 한꺼번에 퍼붓기 시작했다. 경기 전부터 경기장 주변 곳곳에서는 “Beat L.A”의 합창 세례가 이어졌고 다저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는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다. 애꿎은 심판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생각하기에 다저스 쪽에 유리한 판정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AT&T 파크가 야유로 가득 찼다.
부상자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혀 없었다. 6회 다저스의 핵심 선수인 핸리 라미레스가 주루 플레이 중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입고 절뚝거렸다. 그 때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위로 대신 환호로 라미레스를 맞이했다. 라미레스가 부축을 받으며 덕아웃으로 향할 때는 “얼른 꺼져”라는 욕설이 들리기도 했다. 다저스를 상징하는 선수들인 클레이튼 커쇼나 맷 켐프는 그 상징성만큼이나 큰 조롱을 한 몸에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이런 야유는 시간이 갈수록 강해질 전망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만원 관중이 확실시되는 데다 다저스 선발 투수들이 사실상 ‘초보’들이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토요일에 맷 매길을, 일요일에는 류현진을 낸다. 두 선수 모두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험이 전무하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이 루키들에게 배려의 박수를 쳐줄 정도로 마음이 따뜻하지는 않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류현진이지만 이런 엄청난 야유 속에서 던져본 경험은 많지 않다. 한국프로야구를 상징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상대팀 응원단의 표적에서는 피해가곤 했던 류현진이다. 뉴욕과 볼티모어 원정을 다녀보긴 했지만 당시는 오히려 교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 류현진에게 호의적인 분위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4일 경기 후 이 야유에 대해 묻자 "그냥 사직 같은데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사직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광적인 응원열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극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경기 외적인 요소에 신경쓰기 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류현진 특유의 담대함과 강심장이 다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류현진은 6일 오전 9시 샌프란시스코전에 등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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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