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제구력을 갖춘 좌완. 공이 상대적으로 느리다고는 해도 보다 안정된 밸런스를 보여주며 볼 끝은 확실히 묵직해졌다. ‘화수분’ 두산 베어스 팜에서 배출되고 있는 5년차 좌완 유희관(27)은 빠른 직구가 능사는 아님을 보여줬다.
유희관은 지난 4일 잠실 LG전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5⅔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선발승을 거뒀다. 총 86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을 기록했는데 직구 구속은 최고 135km에 평균 130km대 초반. 그러나 안정된 제구력과 커브를 이용한 오프스피드 피칭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유희관의 호투에 힘입어 두산은 LG에 6-2로 승리,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장충고-중앙대를 거쳐 2009년 두산에 입단한 유희관은 대학 시절 매 시즌 0점대~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리그를 지배했던 좌완 에이스. 2008년 3월에는 베이징 올림픽 예비엔트리에 입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130km대 초반의 느린 직구로 인해 정작 2차 지명에서는 6라운드로 두산에 하위 지명되었다.

2010시즌 후 상무 입대한 유희관은 동료이자 1년 선배인 오현택과 함께 상무 원투펀치로 활약했으나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나 유희관은 사람들의 예상을 비웃으며 뛰어난 활약을 연일 보여주고 자신의 프로 기록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된 제구력. 4일 경기서 볼넷 두 개를 내줬다고는 해도 어이없이 볼을 남발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공은 아니었다. 또한 군 제대 후 합류한 뒤 투구 시 발을 좀 더 뻗는 역동적 투구폼으로 변화를 줬다. “나도 내 다리를 이 정도로 뻗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라며 선수 본인도 신기해했다.
발을 한 족장 그 이상으로 뻗으면서 힘의 이동이 더욱 좋아졌다. 직구 평균 구속이 130km대 초반이라고 해도 힘의 전달이 잘 된 만큼 볼 끝은 확실히 이전보다 묵직해졌다. 게다가 유희관은 80km대 초 슬로커브를 구사할 수 있는 투수. 직구와 50km에 가까운 스피드 편차를 보여줄 수 있는 만큼 타이밍을 뺏는 오프스피드 기교투를 펼칠 수 있다. 야구 시작 이래 다친 적이 거의 없을 정도의 강한 내구력도 엄청난 장점이다.
올 시즌 초반 유희관의 1군 성적은 14경기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56.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1.21, 피안타율 2할3푼3리로 세부 성적도 나쁘지 않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2군에서 잘 하면 뭐해요. 1군에서 잘 해야 할 텐데”라며 자신에 대한 확신은 가지지 못했던 유희관은 이제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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