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년차 좌완 유망주 유창식(21)이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유창식은 지난 3일 대전 SK전에 선발로 나와 ⅔이닝 1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투구수는 23개였지만 1회도 못 채웠다. 결국 팀이 0-4 영봉패를 당하며 유창식은 시즌 5패(1승)째를 당했다. 리그 최다패에 평균자책점은 무려 10.19. 올해 풀타임 선발로 큰 기대를 모은 유창식이기에 실망감 또한 크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유창식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기용법이 올바른지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이날 유창식이 1회도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된 것도 어쩌면 예고된 일이다. 그는 이번주에만 팀 5경기 중 4경기를 등판했다. 구원 3경기 이후 선발까지 나왔으니 탈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주일의 첫 경기였던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전에서 1이닝 동안 22개의 공을 던졌고, 이튿날 1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4이닝 동안 58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어 하루 휴식을 취한 뒤 3일 대전 SK전에서 한 타자를 상대로 공 3개를 던진 게 전부이지만 불펜에서 몸을 푼 과정까지 포함하면 피로를 무시할 수 없다. 이튿날 곧바로 선발등판했지만 힘이 떨어졌다.
이날 유창식은 23개의 공을 던졌으나 볼이 17개에 달할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였지만 평균 구속은 138.85km에 그쳤다. 주중 구원으로 나온 3경기에서는 직구 구속이 최고 147km, 평균 143.52km로 힘이 있었지만 연투 앞에서 장사 없었다. 아무리 돌이라도 씹어 먹는 스무살이라도 체력적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유창식은 올해 선발로 시작했다. 선발 첫 3경기에서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하며 조기강판당했다. 그러나 3번째 등판은 간격이 짧았다. 4월9일 대구 삼성전 3이닝 63구 이후 3일을 쉬고 4일째가 된 13일 대전 LG전에서 선발로 나왔으나 힘이 달렸다. 1⅓이닝 2실점 조기강판. 선발 첫 3경기 모두 패전투수가 된 유창식은 결국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야 했다.
구원으로 나온 첫 3경기에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안정세를 보인 유창식은 지난달 28일 문학 SK전에 선발 복귀했으나 1⅓이닝 5볼넷으로 무너졌다. 이후 유창식은 또 다시 불펜에 돌아섰고, 3경기에서 1패1홀드 평균자책점 1.69로 호투했다. 그러나 연투도 모자라 갑작스런 선발등판으로 무너졌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김혁민도 중간에서 던지며 감을 잡은 후 선발로 잘 던졌다. 공을 던져보며 감을 잡고,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투수들의 말을 빌려보면 "어깨에 무거운 느낌이 오래 간다"고 한다. 보직의 특성이 다른 만큼 준비 과정도 다르다. 이 와중에 등판 간격마저 짧다. 아무리 노련한 베테랑이라도 혼란이 오지 않을 수 없다.
유창식은 이제 고졸 3년차로 스무살 약관이다. 유창식의 투구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건 분명하지만 벤치의 기용법에 있어서도 세심함이 필요하다. 한화가 아껴가며 키워야 할 유망주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금 유창식은 몸도 마음도 지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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