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자 자신에게 메이저리그(MLB) 첫 패배를 안긴 팀이다. 하지만 류현진(26, LA 다저스)은 냉정과 열정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들뜨지도, 그렇다고 위축되지도 않는다. 단단히 단련된 심리상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제 마운드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6이닝 12탈삼진 2실점 역투로 시즌 3승째를 따낸 류현진은 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해 시즌 4승을 정조준한다. 류현진은 자신의 MLB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3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6⅓이닝 동안 1자책점으로 버텼으나 패전투수가 된 기억이 있다. 10개의 안타를 맞으며 고전했던 경향도 있었다. 설욕의 기회를 잡았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팀 상황이 썩 좋지 않다. 팀 전체가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전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뜯어보면 더 심각하다. 타선은 여전히 곳곳에서 흐름이 끊기며 침묵 중이고 류현진의 뒤를 받쳐야 할 불펜도 불안하다. 류현진을 비롯한 선발 투수들의 몫도 그만큼 커졌다.

4일 3연전의 첫 경기는 그 결정판이었다. 선발을 빼면 총체적 난국이었다.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7이닝 1실점 역투로 분전했으나 타선은 11안타를 치고도 1득점에 그쳤다. 9회 마운드에 오른 로날드 벨리사리오도 상대 간판 타자 버스터 포지에게 9회 끝내기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최근 복귀해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던 핸리 라미레스가 주루 플레이 중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악재도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류현진은 AT&T 파크를 가득 메운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야유를 접한 뒤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4일 경기 후 “그냥 사직구장 같던데요”라고 슬며시 미소 지었다. 관중들의 적개심이나 야유가 자신의 투구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넌지시 드러낸 것이다.

한편 상대의 장타력에 대해서도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5회까지 커쇼에 노히트로 묶였던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6회 들어 스쿠타로의 3루타와 포지의 2루타라는 장타 2개를 묶어 단번에 동점을 만들었다. 1-1로 맞선 9회에는 포지가 경기를 마무리 짓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안타는 많지 않았지만 장타로 순식간에 흐름을 바꿨다.
류현진도 올 시즌 6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장타에 대한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류현진은 4일 경기 후 “어느 팀이나 장타가 있는 것은 다 똑같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상대의 장점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다.
류현진과 맷 캐인(샌프란시스코)가 맞붙는 6일 경기는 ESPN을 통해 전국으로 생방송된다. 류현진도 이 사실을 안다고 말한 뒤 “잘 던져야죠”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두 번 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있을 법하다. 이렇게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고갈 수 있다면 4승에도 한 발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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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