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없는 커쇼, 빛나는 에이스 마인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05 06: 09

선발 투수들은 경기를 만들어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구위도 중요하지만 책임감과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5)는 아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다. 에이스 중의 에이스라고 할 만하다.
커쇼는 4일(한국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1-0으로 앞선 6회 1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5회까지는 노히트 경기였다. AT&T 파크에 모인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엄청난 야유 세례에도 꿈쩍하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이러한 호투에도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빈약한 타선 지원 탓이다. 8회초까지 다저스가 낸 득점은 단 1점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5회 선두타자로 나선 커쇼가 포문을 여는 2루타를 치지 못했다면 어려울 수 있었다. 결국 커쇼는 시즌 4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올 시즌 7경기에서 48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66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3승이다. 계속해서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 후 다저스 라커룸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최고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의 간판타자 버스터 포지에게 9회 끝내기 홈런을 맞고 1-2로 졌기 때문이다. 커쇼 또한 어두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커쇼는 귀찮은 기색 없이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대답했다. 커쇼는 “힘든 경기였다”라고 입을 뗀 뒤 “우리는 승리를 원했지만 포지가 워낙 잘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 와중에 한 기자가 득점 지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커쇼는 망설임 없이 “(경기력에는) 별 영향이 없다. 선발 투수라면 득점 지원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커쇼는 “내 손 밖을 벗어난 일”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득점을 내는 것은 동료 야수들의 몫이고 자신은 마운드에서 할 일만 하면 된다는 태도였다. 실제 커쇼는 6회 점수를 허용했지만 7회 다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커쇼의 책임감은 또 다른 곳에서 빛났다. 커쇼는 지난달 29일 부친상 소식을 듣고 잠시 팀을 떠났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지만 커쇼는 등판 일정을 미루지 않았다. 커쇼는 부친상 기간 중에도 매일 근처 학교에서 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커쇼는 “힘든 한 주였지만 특별히 다를 것은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4일 경기 전 돈 매팅리 감독은 “이날 등판은 커쇼의 뜻에 따랐다. 지켜봐야 한다”라며 다소간 우려를 내비쳤다. 부친상의 정신적 충격이 없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커쇼는 프로답게, 그리고 에이스답게 힘든 고비를 이겨냈다. 비록 시즌 초반 성적은 좋지 않지만 이런 흔들리지 않는 에이스가 있다는 것은 신이 다저스에 내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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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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