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타선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의도치 않게 오히려 투수들의 방망이가 더 빛나는 양상이다. 팬들에게는 흥미를 자아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팀으로서는 절대 좋지 않은 현상이다.
시즌 전 전력 보강을 단행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던 LA 다저스는 4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13승15패(승률 .464)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처져 있다.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이다. 선발 로테이션의 부상자도 문제지만 역시 가장 큰 약점은 타선이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좀처럼 답답한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저스의 팀 타율은 2할5푼3리로 내셔널리그 전체 5위다. 나쁘지 않은 성적처럼 보인다. 그러나 득점은 92점 뿐이다. 내셔널리그에서 다저스보다 점수를 못 낸 팀은 팀 타율 최하위(.227)인 마이애미 말린스(82점) 한 팀에 불과하다. 다저스와 비슷한 팀 타율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50)는 다저스보다 35점이 많은 127점을 뽑아냈다. 득점권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장타도 적다. 다저스는 첫 28경기에서 총 20개의 팀 홈런을 쳐내는 데 그쳤다. 역시 마이애미(14홈런) 만이 다저스 밑에 있다. 선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40개)의 절반 수준이기도 하다. 장타율도 3할6푼2리로 역시 꼴찌 바로 앞이다. 전형적인 거포 군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선수들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역시 답이 나오지 않는 성적임에는 분명하다.
이런 양상 속에 오히려 투수들의 타격 솜씨가 화제가 되고 있다.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 중인 류현진은 콜로라도와의 지난 1일 경기에서 적시타를 때렸다. 5-1로 앞선 3회 2사 1,2루에서 상대의 고의사구 전술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중간 안타를 쳐냈다. 다만 류현진의 이 적시타는 다저스의 이날 경기 마지막 점수가 됐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4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다저스는 11안타를 치고도 단 1점에 그쳤다. 병살타만 세 개가 나오며 팀 타격 흐름을 곳곳에서 끊었다. 공교롭게도 유일한 1득점은 투수 커쇼의 2루타가 결정적이었다. 0-0으로 맞선 5회 선두타자로 등장한 커쇼는 상대 선발 배리 지토와의 끈질긴 승부 끝에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쳐내며 팀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만약 커쇼가 2루타를 치지 않았다면 다저스의 1점도 장담할 수 없는 양상이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올해부터 투수들에게도 상황에 맞는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하고 있다. 원래부터 타격 재능이 있는 커쇼나 류현진이 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마운드에서 잘 던지는 투수들이 타격에서까지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투수들의 타격은 어디까지나 양념이 되어야 한다. 다저스 타자들이 얼마나 자극을 받을 수 있을까. 4일 경기에서 1득점 수모를 당한 다저스 타선은 5일 라이언 보겔송을 상대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