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예능 프로그램들이 개편을 마쳤다. 지상파 3사는 올해 들어 각각 주말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에 대한 대수술을 감행했다.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오른 것은 MBC '일밤'이었다. 고질적인 시청률 부진을 끊을 야심찬 승부수가 필요했던 것. 그 결과 올초 '아빠 어디가'라는 동심의 리얼 버라이어티를 가장 먼저 선보여 초반부터 무서운 호평을 받았고 뒤이어 군대 체험 버라이어티 '진짜 사나이'까지 연달아 히트 시키면서 순식간에 일요일 동시간대 최강자의 자리로 올라왔다. 그야말로 대 역전극이다.
그런가 하면 '국민예능' 애칭이 무색해진 KBS 2TV '해피선데이' 역시 재도약을 위한 수술을 마쳤다. 소재 고갈과 시청률 부진으로 허덕이던 '남자의 자격'을 폐지하고 '맘마미아'를 새로 꽂았다. 간판 코너 '1박2일' 역시 PD와 멤버 일부를 교체하며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SBS '일요일이 좋다'도 마찬가지. 'K팝스타2'의 종영과 함께 강호동을 필두로 한 새로운 로드 버라이어티 '맨발의 친구들'을 선보였다. 동시간대 프로그램들 중 가장 뒤늦게 개편을 끝내고 출항한 만큼 아직 코너의 운명을 속단하긴 이르지만 초반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4월 28일 방송분 기준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의 시청률은 각각 15.0%, 10.2%로 나타났고 KBS 2TV '해피선데이'의 '맘마미아'와 '1박2일'의 시청률은 5.7%, 13.4%다. SBS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과 '맨발의 친구들'은 각각 15.3%와 5.1%의 시청률을 보였다.(닐슨코리아, 전국, 광고시간 제외 기준)
'아빠 어디가'에 이은 '진짜 사나이'의 발굴..'일밤' 부활이 맞다
지난 1월 먼저 선보인 '아빠 어디가'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MBC 내부적으로도 기대 이상의 흥행이 놀라운 눈치다. 김성주-민국 부자, 성동일-준 부자, 윤민수-후 부자, 송종국-지아 부녀, 이종혁-준수 부자 등 연예인 아버지와 그의 진짜 아들딸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고 밥을 짓고 잠을 자는, 어찌 보면 단순하고 익숙한 포맷으로 민심을 잡는 데 성공했다. 여행을 간다거나 야외를 돌아다니는 콘셉트는 이미 숱한 예능을 통해 봐왔던 그림이지만 연예인 아빠들과 친 자식의 1박2일 여정은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움이었다. 윤민수 성동일 송종국 이종혁 등 본업 외엔 매스컴 노출이 거의 없던 연예인 아빠들의 매력, 또 그들의 아들 딸이 지닌 귀여운 동심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결국 동시간대 시청률 정상을 넘나드는 괴력을 발휘한다.
'진짜 사나이'의 선전도 놀랍다. 김수로 서경석 류수영 샘해밍턴 엠블랙 미르 등 사실상 톱스타 라인업도 아닌데 그저 담담한 군 생활 체험기만으로 첫 방송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4월 중순 첫 선을 보이고 방송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샘해밍턴과 류수영 등이 新예능인으로 부상했고 군대리아와 서경석의 불복종 논란 등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시청률도 줄곧 올라 어느덧 두 자릿수 입성을 목전에 두게 됐다.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의 본격 쌍끌이가 시작된 모습이다.
꼴찌 '해피선데이', 국민예능 타이틀은 옛 일인가
'일밤'의 부활과 동시에 가장 타격을 입은 건 '해피선데이'다.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이 쌍끌이 저력을 발휘하며 국민예능 타이틀을 달았던 게 엊그제 같은 데 지금의 '해피선데이'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난주에는 통합 시청률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겪었다. 간판 코너인 '1박2일'이 새로운 PD를 영입하고 배우 유해진을 뉴페이스로 내세웠지만 별다른 시청률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우려를 사는 이유는 '남자의 자격' 후속 코너 '맘마미아' 때문. '일밤-아빠 어디가'와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을 상대 중인 '맘마미아'가 홀로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면서 존재감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 3주차를 맞는 '맘마미아'가 조만간 쟁쟁한 라이벌들을 추격할 기운을 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스타 가족들의 찰진 입담과 풍성한 볼거리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들과 대적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방송가 안팎의 평가다.
'일요일이 좋다', 과연 좋기만 할까?
동시간대 2인자로 꼽히는 '일요일이 좋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일단 가장 최근 출항한 신설 코너 '맨발의 친구들'이 초반 힘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호동의 야외 버라이어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으며 김현중 윤시윤 유이 김범수 등 그간 예능 출연이 드물었던 연예인들을 멤버로 발탁해 첫 회부터 베트남 로케까지 벌였지만 시청률은 기대 이하다. 요즘 유행처럼 퍼진 관찰 다큐 예능의 형식을 차용해 담담히 베트남 현지의 모습과 멤버들의 체험기를 담아내고 있지만 자극적인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또 그간의 숱한 야외 버라이어티나 여행 다큐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점 역시 희미하고 아직 방송 초반인 만큼 멤버들 각각의 캐릭터가 잘 살아나지 않아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기엔 역부족이라는 평.
'런닝맨'의 버티기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지만 동시간대 '일밤-아빠 어디가'를 상대하기가 만만치 안은 상황이라는 것도 '일요일이 좋다'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맨발의 친구들'이 조속히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런닝맨'마저도 있던 경쟁력을 상실하는 난관에 봉착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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