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별 거 없다. 시민들과 퀴즈를 하고 개구기를 끼고 간지럼 참기 게임을 했다. 그러나 그냥 멤버들이 놀고 있는 모습만 보고도 안방극장은 웃음으로 가득 찬다. MBC '무한도전'은 거창한 미션이나 게스트 없이도, 단 이틀만에 한 주 분량을 만들어내도 기대의 200%를 해 냈다. 모든 건 8년 역사를 함께 한 멤버들의 공이었다.
유재석은 시청자들을 향해 솔직히 털어놨다. 방송은 토요일인데, 녹화일은 목요일이라고.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무한도전'은 이처럼 조금은 황당하지만 '무한도전' 다운 솔직함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멤버들은 아이템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예능프로그램처럼 미리 준비된 아이템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을 찾아나가는 시점부터가 방송의 일부분이 됐다.
멤버들이 미리 만들어진 틀 없이 움직이자 각자의 예능 내공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도중 합류해 그동안 시청자들로부터 구박덩어리 역할을 해 오던 길이 물오른 예능감을 선보였다. 그는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아들 지호와 딸 민서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하자 특유의 순수한 표정으로 "민서까지?"라고 반문해 웃음을 자아냈다. 기대치 않던 길의 애드리브였기에 더욱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는 웃음이었다.

미약한 존재감으로 박명수에게 '쩌리짱'이라는 별명을 부여받은 정준하는 최근 이어진 대세 예능감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특기인 먹방(먹는 방송)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날 빵을 먹은 뒤 휘파람을 부는 게임에서 정준하는 1초 만에 핫도그를 먹어치웠다. 또한 정준하는 개구기를 끼고 덧니가 '만개'한 모습을 보여주며 비주얼 면으로도 큰 몫을 했다.
사실 비주얼하면 박명수가 떠오르듯 개구기를 착용한 박명수는 어류를 닮은 모습으로 모두를 폭소케 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어도 개구기만으로 박명수는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이날 개구기를 착용하고 시민들과 스피드 퀴즈 풀기에 임했다. 개구기 덕분에 시민 앞에서 외계어(?)를 말하며 침까지 흘리는 박명수의 비주얼은 가히 레전드급이었다.
이날 방송의 큰 웃음들은 역시나 유재석이 만들어냈다. 유재석은 물을 머금고 간지럼참기 미션에서 정형돈을 향해 입 속 물을 방출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힘찬 물줄기'가 아니라 힘 없이 새어나오는 물 뿜기여서 더욱 폭소를 자아냈다. 주말 예능프로그램에서 국민 MC가 물을 뿜는 모습은 웃지 않고는 못 배길 병장면이었다.
길이 이토록 웃길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영원히 적응하지 못할 것만 같던 그가 이제는 전면에 나서서 웃음을 주도하고 있다. 자신감이 붙은 그의 멘트는 그를 좋지 않는 눈길로 바라보던 이들의 마음도 돌려놨다. 길의 예능감에 물이 올랐다는 평 또한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물론 이와 같은 과정은 정형돈, 정준하도 거쳐 간 길이다.
8년이라는 쉽지 않은 역사를 달려온 '무한도전'이다. 그 속에서 프로그램도 성장하고 있지만 멤버들도 함께 커 나가고 있다. 이러한 내공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이틀 만에 급조한 촬영이 더 웃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예능 구멍'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된 '무한도전'이 또 어떤 성장으로 안방극장에 큰 웃음을 선사할지 즐거운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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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