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오승환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4일 사직 롯데전에서 5-3으로 승리를 거둔 뒤 한 말이다. 오승환은 8회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장성호를 범타 처리하고, 9회 선두타자 조성환에게 2루타를 허용했으나 후속 세 타자를 모두 잡아내 삼성의 승리를 지켜냈다.
5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류 감독에게 "역시 오승환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의미는 경기 내용이다. 류 감독은 지난 2일 대구 넥센전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오승환은 동점이던 9회 1사 1,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김민성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류 감독은 "사실 승환이가 등판할 상황은 아니지만 3연패는 안 된다는 생각에 투입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서 "승환이가 (4일 경기에서) 9회 선두타자한테 2루타를 맞을 때 '계속 안 좋은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래도 역시 점수 안 내주고 경기를 끝냈다. 그래서 '역시 오승환이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오승환은 롯데전에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다. 통산 롯데전 평균자책점 2.66으로 가장 높고 피홈런도 6개로 전체 상대 팀들 가운데 가장 많았다. 특히 작년에는 롯데전에서 6실점을 하면서 최다실점의 굴욕까지 당했다. 9회 선두타자에 2루타를 맞고도 승리를 지켜낸 것에 대한 류 감독의 감탄이었다.
류 감독의 "역시 오승환이다"라고 말한 두 번째 이유는 전준우와의 승부 장면이다. 오승환의 작년 롯데전 '6실점 블론세이브'는 전준우에게 맞은 홈런으로부터 시작됐다. 류 감독은 "전준우가 오승환 공에 타이밍을 잘 맞춘다. 나도 전준우가 나오면 불안한데 오승환 본인은 어떻겠냐"고 되물었다.
오승환은 9회 2사 2루에서 전준우를 상대로 삼진을 잡아냈다. 류 감독이 감탄한 건 오승환의 완급조절이다. 류 감독은 "오승환이 전준우가 나오니까 손에 로진도 묻히고 하면서 타이밍 조절을 하더라. 타자의 호흡을 빼앗는 것"이라며 "완급조절은 공을 던질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견제나 로진 묻히기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오승환이 능숙한 투수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오승환이 풀카운트에서 선택한 구종은 슬라이더다. 류 감독은 "직구를 기다리는 타자에게 변화구를, 변화구를 기다리는 타자에게 직구를 던져야 한다. 내가 전준우라도 풀카운트에서 오승환 직구를 기다리겠다. 그런데 오승환이 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던지더라. 타자는 속을 수밖에 없다"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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