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최근 신곡을 발표한 한 가요제작자는 요즘 한시간마다 잠을 깬다.
불면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알람을 맞춰놓은 것도 아닌데 매 시간 7분쯤이 되면 귀신같이 눈이 번쩍 떠진다. 그리고 양손은 재빨리 휴대폰 어플을 실행시킨다. 주요 음원사이트 어플이다. 신곡 순위가 한계단 내려가서 한숨을 푹 내쉬고 있으면 소속 가수에게서 눈물 이모티콘이 가득한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가수 역시 같은 차트를 보고 있는 것이다.
매 시간 7분쯤이 되면 9개 음원차트가 새로운 실시간 차트를 내놓는다. 가요제작자들의 피가 마르는 순간이다. 상위 10위권에서 한번 떨어지면 다시 치고 올라오기가 절대 쉽지 않다. 메인 노출이 안되기 때문이다. 음원 성적이 안좋으면, 방송국에 가서 출연을 시켜달라고 부탁하기도 영 껄끄럽다. 명분이 없다.

4월 월드스타 싸이와 가왕 조용필이라는 거대한 고래를 피해 컴백을 살짝 미뤘더니 5월은 그야말로 '박터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대형 컴백 속에서 차트 1위로 치고 올라가기도, 1위를 지키기도 정말 어렵다.
음원사이트는 너무 얄밉지만 저버릴 수도 없는 애증의 대상이다. 멜론에는 아이유를 비롯해 가인, 써니힐 등이 한솥밥을 먹고 있고 엠넷에는 로이킴, 홍대광 등 '슈퍼스타K' 출신들이 포진했다. 스타도, 사이트도 다 가졌다. 이들 사이트는 모두 공정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제작자들은 아무래도 '한 식구'에 비해 불리하다고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메인 노출은 그렇다쳐요. 우리는 한 곡을 팔면, 유통비를 엄청 떼요. 음원사이트가 서비스 개발한 비용도 '기술 개발비' 명목으로 떼가요. 우린 그걸 다 떼고 남는 걸로 다음 음악을 겨우 만들죠. 그런데 그런 유통을 갖고 있는 데서, 음악을 제작까지 해버리면 그건 불공정한 경쟁 아니겠어요? 유통이라는 어마어마한 이점을 갖고 뛰는 거죠. 대기업만 살아남지 않을까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의를 제기하긴 쉽지 않다. 멜론과 엠넷은 모든 걸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더구나 멜론과 엠넷을 합치면 음원시장 점유율 70~8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갑 중의 슈퍼 갑이다.
특히 '슈퍼 갑'이 운영하는 추천 제도는 가요제작자가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냐면, 모 대형사이트가 "24일은 다른 가수가 추천 될 듯하지만 28일은 비어있다"고 하면 컴백일을 28일로 바꿀 정도다. 추천 받으려고 컴백일을 바꿨다고 하면 좀 웃기니까 멀쩡히 다 찍어놓은 뮤직비디오나 멤버의 건강을 핑계로 삼는다.
"두고 보세요. 지금은 이래도, 내일 추천 걸릴 거니까 음원 성적이 확 오를 거예요!"
제작자들은 추천을 앞두고 한껏 설렌다. 추천에 걸려있는 시간은 12시간 남짓. 신곡의 생명력은 이때 결정된다. '추천빨'을 받아 날아오르느냐, 추천씩이나 받고도 10위권 밖에 머무느냐, 그것이 문제다.
이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차트를 들여다보면 엉뚱한 생각도 든다. 검색어를 올려준다던 바이럴 업체나, 음원 사재기를 해준다는 업체가 기획사를 찾아왔을 때 그냥 돌려보낸 게 괜한 짓이었나 하는 생각. 지금 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제작사는 사재기를 한 건가. 설마 진짜 효과가 있는건가. 제작사 간에도 불신이 쌓인다.
음원 차트는 연일 요동치고 있다. 어제의 1위가 오늘의 상위권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하위권이 내일의 1위가 되긴 어렵다. 단 하루면, 성패가 갈린다. 이렇게, 제작자들에게 불면의 밤은 계속된다.
rinny@osen.co.kr
오는 6일 나란히 신곡을 발표하는 이효리와 2PM.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