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포항 선수단의 축하, 큰 힘이 됐다".
30번쨰 생일을 맞은 황진성이 5일 오후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3 10라운드 성남과 홈경기서 전반 33분 천금 결승골을 터트리며 1-0 승리의 주역이 됐다. 포항은 올 시즌 10경기 무패행진(6승 4무)을 이어가며 리그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더불어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팀 역사상 리그 최다 무패행진 기록도 18경기(11승 7무)로 늘렸다.
황진성은 경기 후 인터뷰서 "중요한 경기였다. 생일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승리도 하고 골까지 넣어서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생애 최고의 생일에 큰 기쁨을 나타냈다.

아내 신유리 씨와 동료의 축하 메세지가 더없이 큰 힘이 됐다. 황진성은 "새벽 0시가 지나자 아내에게 생일 축하 메세지가 왔다. '부담갖기 말고 재미있게 신나게 하고 오라'고 말해줘 큰 힘이 됐다"면서 "코칭 스태프 및 동료들도 케익으로 축하를 해줬다. '생일 축포로 골을 넣으라'고 얘기를 해줘 고마웠다"고 자축포의 비결을 밝혔다.
포항으로서는 반전의 계기가 절실한 시점이었다. 포항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서 부뇨드코르와 비기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K리그를 호령하고 있었으나 2년 연속 부뇨드코르의 벽을 넘지 못해 분루를 삼켰다.
K리그에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 했으나 첫 판부터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명주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고, 측면 공격수 고무열과 No.1 수문장 신화용이 각각 오른 발목과 오른 허벅지 앞근육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더욱이 상대는 최근 상승 일로를 걷고 있던 성남. 전남과 비기며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시즌 초 부진을 딛고 전북 서울 울산 등 강호들을 잇달아 꺾고 4경기 연속 무패행진(3승 1무)을 달리고 있는 난적이었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던 순간 황진성의 왼발이 번뜩였다. 전반 33분 왼쪽 측면에서 김대호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가 올라오자 문전으로 쇄도하던 황진성이 지체없이 왼발로 밀어넣었다. 발을 떠난 공은 부산의 골대 하단 구석에 그대로 꽂혔다. 선제 결승골이자 본인의 시즌 3호골(4도움)
하지만 정작 본인은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우리팀이 잘 나가는 원동력은 수비진이 묵묵히 잘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조명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지만 최소 실점(10경기 6실점)으로 단단한 수비를 자랑한다. 골키퍼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 등 수비를 해주는 모든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장점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것이 장점이 더 많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 눈빛만 봐도 안다"는 황진성은 "경기장 안에서 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서로 의지가 되는 부분이 있다. 하나로 똘똘 뭉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거 같다"고 밝혔다.
황진성은 이어 "외국인 선수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면서 "좋은 외국인 공격수가 있으면 좋지만 구단 사정상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 선수만 있는) 우리가 좋은 롤모델을 제시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돼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황선홍 포항 감독은 황진성에게 축하의 메세지를 건넸다. 황 감독은 "중요할 때에 득점을 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 낮에 케익을 자르면서 별 다른 얘기를 안했는데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에이스답게 중요한 순간 중요한 골을 넣었다. 앞으로도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굳건한 신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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