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낫다".
SK 이만수 감독은 요즘 내야수 최정(26)만 보면 흐뭇하고 고맙다. 이만수 감독은 "최정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한데 한 명이라도 잘해주니 다행이다. 기존의 선수 중 2~3명만 살아난다면 경기를 쉽게 풀어갈텐데…"라며 고민을 드러냈다.
올해 SK는 팀 타율 9위(0.242) 출루율 7위(0.326) 장타율 6위(0.354)에 그치고 있다. 신예 이명기와 한동민이 각각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자로 타선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지만 냉정하게 볼 때 최정을 제외하면 확실하게 위협이 될 만한 타자가 안 보인다. 정근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박정권·박재상·김강민이 잠잠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정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이만수 감독이 안 예뻐할 수 없다. 최정은 올해 22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 8홈런 31타점 5도루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타율 8위, 홈런 2위, 타점 1위에 장타율도 2위(0.652)에 오를 만큼 뛰어나다. 특히 홈런 8개는 이 시기 개인 최다 기록이다.
이만수 감독은 "최정이 시즌 초반에 이렇게 잘 하는 건 처음이다. 팀 전체적으로 타격이 침체되다 보니 본인이라도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이 강하다"며 "최정은 원래 중장거리 타자이지 홈런 타자가 아니다. 하지만 홈런이 잘 나오는 건 포인트가 앞에서 잘 맞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최정의 홈런은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팔로우 스윙이 잘 되기 때문이다. 공에 힘을 싣는 팔로우 스윙은 나보다 낫다"고 극찬했다. 현역 시절 3차례나 홈런왕을 차지한 강타자 출신의 이 감독이 본인보다 낫다고 할 만큼 최정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는 것이다. 이 감독의 이야기에 최정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쑥쓰러워했다.
이 감독은 "다른 타자들이 최정을 보고 배웠으면 한다. 나도 현역 시절 양준혁이나 이승엽이 치는 것을 보고 따라하며 배우기도 했다. 선배이지만 좋은 타자들의 것은 배워야 한다"며 삼성에서의 선수생활 막바지를 떠올린 뒤 "최정처럼 팔로우 스윙이 잘 되기 위해서는 훈련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한 번 몸에 배인 습관이 한 번에 고쳐지기는 어렵다"고 쉽지 않은 부분도 인정했다.
홈런 부문 2위에 오르며 박병호(넥센·9개) 최희섭(KIA·8개) 등과 홈런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최정은 "아직 시즌 초반이다. 작년에도 초반에는 강정호와 내가 1~2위였는데 박병호가 갑자기 치고 올라왔다. 아직은 홈런 페이스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며 "목표로 정해 놓은 홈런 숫자는 없다. 그보다는 항상 작년보다 좋은 성적으로 꾸준하게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최정의 분투 속에 이만수 감독의 시름도 덜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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