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뺀질이’ 오현택? 이제는 미스터 제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5.06 07: 27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서도 외모로 인한 선입견으로 인해 ‘뺀질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던 그는 군 복무 2년 간 스스로 무기를 시험하며 칼을 갈고 닦았다. 신고 선수로 프로 무대에 입성한 뒤 한동안 빛을 못 보던 두산 베어스 사이드암 오현택(28)은 이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미스터 제로’가 되었다.
오현택은 지난 5일 잠실 LG전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 2⅓이닝 동안 30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세이브로 5-2 승리를 매조졌다. 아들 민준 군에게 준 값진 어린이날 선물이다. 앞서 4일 LG전에서도 2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린 오현택은 11경기 2승 무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20⅓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장충고-원광대를 거쳐 2008년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오현택은 곱상한 외모로 인해 뺀질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상무 입대 전 한 코칭스태프는 오현택에 대해 “좋은 재능을 갖춘 선수인데 약간 뺀질거리는 인상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그러나 두산 2군 팜에서 오현택은 자신의 등판 일정이 아닌 날은 스스로 퓨처스팀 구장 주변을 러닝하며 몸을 만들던 성실한 선수다.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어떻게든 하고 나서 쉬던 선수다. 현택이는 기본적으로 성실했다”. 함께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유재웅(전 두산-SK) 현 스포츠제국 팀장은 오현택을 이렇게 돌아보았다. ‘오현택은 뺀질이’라는 말은 선입견으로 인한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상무 입대 후 오현택은 “직구-커브 패턴에서 슬라이더, 투심, 싱커, 체인지업 등 여러 구종을 시험 중이다”라며 군대에서의 2년을 알차게 보냈음을 밝혔다.
지금은 오현택의 주무기 중 하나가 슬라이더지만 군 복무 이전 오현택은 슬라이더 구사력에서 좋은 평을 얻지 못했던 투수다. 그러나 오현택은 상무에서의 2년 간 목표 의식을 갖고 자기 공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군 복무 시절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된 만큼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도 컸던 오현택이다.
김진욱 감독은 지금의 오현택에 대해 “가장 기복 없는 피칭을 보여줄 투수다. 지금 우리 팀의 마무리는 오현택”이라며 신뢰를 보여줬다. 열심히 야구에 매달리고도 뺀질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어야 했던 오현택은 비로소 진짜 프로 투수로서 우뚝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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